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16년 만에 본격화하면서 수면 아래 있던 내부 갈등이 터져 나온다. 부산시의 일방적인 ‘계류 선박 퇴거’ 통보에 요트 사업자의 반발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재개발 이후 영업권 보장을 둘러싼 문제도 불거져 양측 간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마리나선박대여업 협동조합, 마리나 정비조합, 선주발전협의회는 최근 시의 선박 퇴거 요구에 맞서 ‘재개발 비상대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준비 중이다.
현재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내년 상반기 재개발 사업 착공을 위해 올해 9월 말까지 요트를 반출해달라고 선주들에게 통보하고 있다. 늦어도 12월 말까지는 요트경기장 내 사유재산을 모두 철거해야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16년째 표류하던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최근 사업시행자 측이 실시협약 변경안을 제출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주민 반발을 불렀던 호텔 건립이 빠지는 대신 2만 5666㎡ 규모의 상업시설, 대형 광장형 공원, 요트 클럽하우스 등이 조성된다. 시에 따르면 선박 퇴거 요청까지 재개발 절차가 진행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무단 계류 선박은 이달 말까지 빼달라고 요청했다”면서 “9월 말 계류장 이용 허가를 모두 종료할 예정이며, 이후 반출하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트 관광·수리업을 운영 중인 사업자들은 “한순간에 생업을 잃게 됐다”며 거세게 반발한다. 사전 협의를 통해 사업을 이어갈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과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선석은 448석이며, 이용 허가를 받은 선박은 420척 정도다. 무단 계류 선박까지 합하면 총 500~600척에 이른다. 재개발 공사 기간은 현재 20개월로 예정돼 있다. 시는 경남 진해 명동마리나, 학리항 등 기장군 일대 어항에 선박 계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했지만, 부산에서의 영업 중단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리나선박대여업 이기주 협동조합장은 “사업자·종사자들이 8년 전부터 노력해 연간 100만 명 규모의 부산 요트 관광산업을 일궈왔다”면서 “일방적인 반출 통보는 청년 종사자를 포함해 300여 명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더불어 재개발 이후 영업권이나 계류장 이용료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나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8년간 요트 관광투어를 운영해 온 요트탈래 김건우 대표는 “사업자들도 노후화된 요트경기장을 재개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년간 생업을 영위해 온 실사용자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반영해야 하지 않느냐”며 지적했다.
요트 사업자들은 부지를 절반씩 나눠 공사하는 방안을 비롯해 인근 임시 계류장 구축, 북항 마리나 등 대체 시설 확보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관철되지 않으면 해운대구청 앞 집회, 육·해상 퍼레이드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계류장 이용 허가를 3~6개월 수준으로 짧게 내줬기 때문에 요트 사업자들도 사업 진행을 모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광자원개발과 관계자는 “부지를 나눠 공사하는 것은 방문객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계류장이 공유재산이기 때문에 재개발 이후 특정 선박의 영업권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