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사(NASA), 우주항공청이 오는 27일 경남 사천시에 문을 연다. 우주항공청 개청은 단순히 중앙행정기관 한 곳이 지역에 들어서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이자 ‘뉴 스페이스(신우주) 시대’를 이끌 첨병 역할이 기대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24일 경남도와 우주항공산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위성 기술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세계 7번째 국가인 한국의 우주항공산업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주항공청은 윤석열 정부가 2022년 8월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5대 우주 강국’ 진입 목표를 제시할 당시에 설립 의지가 공개됐다. 이듬해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사천(위성)·전남 고흥(발사체)·대전(연구)로 연결되는 우주산업 삼각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어 지난 1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마침내 우주항공청 시대가 열렸다.
우주항공청은 정부 주도 방식의 우주항공산업 육성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도 우주항공산업이 민간 주도로 재편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우주항공청이 국내 관련 산업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위성 기술 자립, 달과 화성 탐사 등 국내 우주 거버넌스를 총괄하는 역할도 주어진다. 정부는 2032년 달, 2045년 화성 착륙을 위한 독자 발사체 엔진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기존에는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 형태를 이뤄 왔는데, 앞으로는 민간 주도 형태로 바꿔 나갈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의 영어명은 ‘KASA’(Korea Aero Space Administration)다. 근무 인력은 약 300명으로, 2본부·7국·25과·1대변인 체제다. 먼저 정책을 아우르는 차장 산하에 우주항공정책국·우주항공산업국 등 3국 12과가 자리하며, 사업관리와 R&D를 담당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산하에는 우주수송·인공위성·우주과학탐사·항공혁신 등 4국과 임무지원단, 12과가 운영된다. 편제를 보면 우주항공청은 당분간 우주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투입 예산은 7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04%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 2조 원, 2040년 4조 원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는 사천시를 비롯한 경남은 우주항공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천시에는 우주항공산업 대표 앵커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정비(MRO) 전문 업체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있으며, 인근 창원시에는 한국형 발사체(KSLV) 엔진을 생산하고 총조립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위치해 있다. 실제 2022년 기준 국내 항공산업 생산액·종사자 70% 정도가 경남에 몰려 있다.
경남도는 사천을 우주항공 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해 165만㎡에 이르는 항공국가산업단지에 우주항공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경상국립대 권진회 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공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세워온 우주산업 및 우주 탐사 계획을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게 어떻게 민간 주도로 가져갈 것인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경남 지역에서 어떻게 조성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 수립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