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지만, 바닷가를 접하고 있는 이른바 ‘해·수·남’(해운대·수영·남구)을 중심으로 반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오션뷰’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매매가가 평당 5000만~6000만 원을 넘나드는 실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지역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분양한 남구 대연동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1384세대)은 완판을 앞두고 있다. 전용면적 59㎡ 또는 중대형 평수 저층 일부 타입을 포함해 미분양 물량은 현재 8개가 남아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십여 개로 적지 않았던 미분양 물량이 최근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인근 남천동 메가마트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4500만 원을 넘나들 수도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남아 있던 물량이 빠르게 팔려 나갔다”며 “요즘 같은 불황기에 지역을 대표하는 신축 아파트가 완판된다는 사실은 반등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였던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은 지난해는 물론 올해를 통틀어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에서 252가구 모집에 5606개의 청약 통장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22.2대 1을 나타냈다.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270만 원으로 부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완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오션뷰 아파트의 고가 거래도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엘시티더샵 75평 매물이 47억 원에 거래되며 평당 매매가가 6266만 원에 달했다.
지난 1월엔 남구 용호동 더블유 72평이 36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평당 5069만 원가량에 매매가 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4월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경동제이드 87평은 48억 원에 거래됐고, 같은 달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98평은 45억 4700만 원에 매매됐다. 수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침체기이지만 입지가 우수한 지역의 아파트는 거래가 원활한 편”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그간 쌓였던 급매물들이 순차적으로 해소되면서 매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두 달 연속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달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17%로 여전히 마이너스다. 하지만 2월(-0.36%)과 3월(-0.31%), 4월(-0.24%)에 비해 폭이 줄어들고 있다.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전세가격지수는 4월(0.08%)부터 두 달 연속 반등했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부산 내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아파트들은 가격이 반등하는 모양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확연한 하락세를 보여 지역 내 부동산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며 “일자리가 줄어들고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일부 지역으로 주거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