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피해자 찾아내 직접 소환장 건넨 공판 검사

입력 : 2024-06-30 18: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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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부지청 안태민 검사
대검, 공판 우수 사례로 선정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산일보DB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산일보DB

부산지검 동부지청 공판검사인 안태민 검사가 강간 가해자가 피해자의 법정 증언을 막으려는 사실을 적발하고, 이례적으로 수색영장까지 발부받아 수사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났다.

30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등에 따르면, 2022년 6월 27일 새벽 50대 남성 A 씨는 동거 중이던 40대 여성 B 씨를 강간했다. 당시 약 4개월간 각방을 사용하고 있었고 피해자가 명백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지만, A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범행을 당한 직후 B 씨는 집에서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를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8월 25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A 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법원은 피해자 B 씨에게 여러 차례 증인 소환장을 보냈지만, 수취인 불명 등의 이유로 전달되지 못했다. 같은 해 열린 10월 10일, 11월 14일 재판에도 B 씨는 출석하지 못했다.

동거 중이던 A 씨는 법정에서 “B 씨에게 증인 소환장을 전달하고, 출석하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뒤이은 재판에서 “(B 씨가)건강이 좋지 않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B 씨는 휴대전화조차 없어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었다.

수개월째 피해자가 법정에 서지 않자 검찰이 나섰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안 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 씨의 자택을 수색했다. 재판을 진행하는 공판 검사가 수색영장까지 받아 증인을 찾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증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나 구인 영장 발부가 일반적이다.

검찰은 수색 끝에 A 씨의 자택에 있던 B 씨를 찾아 직접 증인 소환장을 건넸다. 당시 B 씨는 A 씨의 방해로 증인 소환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다. 성폭행 사건 이후 약 2년이 지난 4월 19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B 씨는 “강간은 없었고, 당시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힘들게 해 허위 고소했다”고 말을 바꿨지만, 검찰의 추가 조사로 인해 “A 씨의 요청으로 위증했다”고 실토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별도로 A 씨와 B 씨에 대해 각각 위증교사죄, 위증죄로 기소했다.

지난 5월 28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는 A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유·무형의 압력 등 영향을 받아 법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을 번복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 피해자의 법정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해당 사건을 지난 5월 공판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힘든 가까운 관계의 성폭력 사건에서 공판 검사가 직접 피해자 보호와 진상 규명에 나선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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