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시도당위원장 선출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룰을 대폭 수정했다. 3인 이상의 대결이 확정된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의 경우 선호투표제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도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1일 시도당위원장 선출 방식을 결정했다. 후보가 단수일 경우 권리당원 유효 투표 중 과반 찬성, 2명 이상일 경우 대의원 및 시도당 권리당원의 유효 투표를 합산해 선출하기로 했으며 3명 이상의 후보자일 경우 선호투표를 적용한 과반수 득표 등으로 정하기로 했다. 선호투표는 투표자가 투표용지에 후보자 전원의 선호 순위를 기재하고 그 순위를 당선자 결정에 반영하는 형식이다. 최고 득표자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최하위 득표자의 차순위 선호표를 나머지 후보자 득표에 더해가는 형태다. 예를 들어 당내 경선에서 A 후보 40%, B 후보 30%, C 후보 20%, D 후보 10%씩 득표할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어 최하위표를 받은 D 후보의 제2선호도 표 등을 A~C후보에 나눠 과반 득표자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만약 그 표까지 합산해도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다시 C 후보의 두 번째 선호 표를 2명(1~2위)의 후보에 나눈다.
또한 선거인단도 광주·충남·전북·전남·제주 등 인구 대비 권리당원이 많은 지역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율이 1 대 9로, 그 외 시도당은 2 대 8의 비율로 반영한다. 당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결과는 각각 50%씩 반영됐다.
이에 따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의 경우 대의원 대 권리당원 비중이 2 대 8로 적용돼 선호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지역 야권에서는 친명 인사(이재성, 최택용)에게 상당히 유리한 규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후보군으로 거론된 후보 가운데 인지도면에서나 정치 체급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최인호 전 의원을 견제하는 데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체제’ 출범 이후 부산에서도 권리당원이 대폭 증가했으며 여기다 이번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표심 비중이 대폭 늘어난 만큼 친명 인사 2명이 1, 2순위를 나란히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대진표가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시도당위원장 선거 규칙 개정을 두고 당원 중심 정당이 명분이라고 설명하지만, 친명계의 '셀프 개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표 반영비율 개정은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TF 단장이었던 친명 장경태 최고위원이 주도해 개정했고, 이번 룰 개정을 논의한 전단준비위원회에도 친명계 초선이 다수 포진해있다.
특히 이번 시도당위원장은 당의 지역 조직을 관리하고 2년 뒤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향후 지역 야권 권력도 친명이 가져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역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일극주의 분위기인 까닭에 물밑에서는 일부 불만 기류가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