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이어 4일 밤을 지새며 '채 상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이어 나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단상에서 적게는 4시간 부터 많게는 6시간 전후로 발언을 하며 야당발 특검법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은 전날 오후 3시 40분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랐다.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한 유 의원은 당일 오후 7시 57분까지 약 4시간 20분간 단상을 지키며 토론을 이어갔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발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성인용 기저귀까지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특검법 추진 절차와 여당이 제외된 특검 후보자 추천 규정 등 '독소조항'을 거론하며 야당이 주장하는 '수사외압'은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발언 중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맞받았다. 유 의원의 반대토론이 4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착석한 채로 조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힘 두 번째 주자로는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의원이 나섰다. 검사 출신의 주 의원을 두고는 '초선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발언 도중 준비해 온 서류를 보지 않은 채 논리적으로 야당발 특검법의 하자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다. 주 의원은 자신이 "곧 자녀를 군에 보내야 할 부모"라며 "박정훈 수사단장의 수사, 조치에 문제없었는지 군에 자녀를 보낼 부모 입장에서 따져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주 의원은 "그동안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수사 가이드' 논란이 제기될까 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 삼가왔다"면서 "그러다보니까 국민께서 '박 단장은 수사를 무조건 잘했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서, 이 사안을 그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쪽 시각도 함께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주 의원은 "애국심과 공명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박 단장이) 선의로 애국심 발휘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규정을 착각하거나, 균형감각을 잃어서 적법절차를 어긴다고 하면 그 수사는 국가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대장동 수사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에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어 박준태(비례) 의원은 4일 오전 2시 30분께 국민의힘 세 번째 타자로 단상에 올랐다. 박 의원은 "오늘 논의하는 이 특검법에 이르는 이 과정들이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고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잘 짜인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대검찰청이 비유한 대로 현재 재판을 받 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 대표와 국회의원이 된 이재명 대표, 그 변호사들이 법정을 국회로 옮겨 피고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장장 6시간 30여분에 걸쳐 단상을 지켰다.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당권주자 나경원 의원, 송석준 의원, 곽규택 의원 등이 반대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는 4일 오후 3시 40분께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