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 모두 불만 최저임금 1만 30원, 제도 보완해야

입력 : 2024-07-15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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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 증가 예상
공익위원 '결정권' 쥐는 구조 바꿔야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 오른 1만 30원으로 결정됐다. 비록 인상률은 1.7%로 높지 않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었다는 데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인상률은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작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위원 투표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노동계가 이미 2015년 최저임금 1만 원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다. 하지만 9000원대와 1만 원대는 체감온도가 다르다는 측면에서 특히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종 요구안인 1만 120원과 1만 30원을 투표에 부쳤고, 공익위원 9명 중 5명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며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1만 30원으로 결정됐다. 이번에도 노사 합의가 아닌 표결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아쉽다.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공익위원이 쥐고 있었고, 드물지 않은 광경인 위원들의 퇴장이나 불참 등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내년 최저임금액은 시간당 1만 원 이상이라는 상징성이 없다면, 인상률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6%)에도 못 미쳤다. 서로 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에 향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노사 충돌은 더 격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노사 모두 불만이다. 노동계는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모두 “고물가 시대를 견디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할 정도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나 한국경제인협회는 우려를 표한다. 1만 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되리라는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불만스러운 반응이다. 이들은 “인건비 상승은 결국 ‘나 홀로 경영’을 강요하며 근로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장 주체가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번 참에 최저임금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 노사 어느 쪽도 만족 못 하는 결과가 나온 데에는 의사 결정 구조의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종 캐스팅보트를 쥐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요컨대 공익위원 선정 때 노사 의견이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업종을 불문하고 똑같이 획일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노사 간 협상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가장 좋은 해법은 물가인상분이나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는 것이다. 노사 간 ‘힘겨루기’가 반복되는 구조도 이젠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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