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홀대’는 눈 감고 ‘헬기’만 거론하는 친명계의 교묘한 ‘언론 때리기’

입력 : 2024-07-15 17:01:13 수정 : 2024-07-15 17: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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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친명계 ‘트럼프 헬기 이송’에 ‘이재명 닥터헬기’ 비판 보도 맹비난
그러나 이재명과 달리 트럼프 지역 의료기관 이용 등은 언급 안 해
일부 ‘팩트’ 부각한 왜곡 비판 지적…‘누가 더 강성’ 대결장 된 전대 단면 지적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과 관련, 지난 1월 부산에서 발생한 이재명 전 대표의 피습 사건 당시 국내 언론 보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서울 이송 과정에서 ‘119 응급의료헬기’ 이용을 두고 의료계의 ‘특혜’ 지적이 일었는데,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헬기 이송을 두고는 같은 비판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시 사건의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팩트만 부각하는 왜곡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 나선 최택용 후보의 전날 페이스북 글이었다. 그는 “트럼프 닥터헬기를 보도하지도 못하는 한국 언론을 조소한다”며 “야당 대표 이재명이 닥터헬기 탄 것을 그토록 비난한 자신들의 보도가 부끄러워질까 봐 보도하지 않는다”고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멸칭)라는 표현까지 쓰며 국내 언론을 비난했다. 그러자 15일에는 민주당 친명 현역들이 앞다퉈 이 사안을 언급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강선우 의원은 “트럼프의 ‘닥터헬기’, 이재명의 ‘닥터헬기’. 그런데 외신 보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혜 논란, 우리랑 참 많이 다르죠”라며 “그냥 트럼프도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시죠”라고 비꼬았고, 역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전현희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의 닥터헬기에 그토록 호들갑을 떨며 비난에 열중했던 (언론의)후안무치와 내로남불, 이중잣대가 개탄스럽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피습 사건 당시 비판 보도는 이 전 대표가 보건복지부 평가 A 등급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신속한 수술 권고에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원하면서 불거진 ‘지역 의료 홀대’가 주된 이유였다. 이후 닥터헬기 이송에 대한 의료계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관련 보도가 뒤따랐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습 직후 유세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에 위치한 2급 외상센터인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게다가 현장에 도착한 헬기도 펜실베이니아주 엘리게니 종합병원의 자체 보유 헬기인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헬기 대신 차량을 이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친명계 인사들은 이런 사실은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트럼프도 헬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 ‘기레기’,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후보들이 이런 ‘언론 때리기’에 앞장서는 데 대해 “누가 더 강성 친명인지 증명하는 대결장으로 변질된 민주당 전대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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