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출석했다. 최 부총리는 회의에서 지난해 정부의 ‘불용’ 예산에 대해 “사실상 10조 원”이라고 말했다. ‘2023년도 국가결산보고서’ 상의 불용 예산은 45조 원이다. ‘사실상 10조 원’은 어떻게 나온 수치일까. 정부가 예산을 45조 원 이상이나 쓰지 않았다면 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정부 예산안에 편성됐지만 실제로 ‘쓰지 않은’ 돈을 말하는 불용 예산은 지난해가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는 세수 결손이 56조 원에 달하자 정부는 예산 불용 전략을 꺼냈다. 세수 결손에 따라 예산을 수정하는 ‘감액 추경’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부의 선택은 불용이었다.
결국 결산서 상으로 45조 원의 불용이 발생했는데 정부가 ‘실제’로 인정한 불용은 10조 원이었다. 기재부는 감액조정한 지방교부세(금) 18조 6000억 원과 회계·기금간 중복 계상되는 내부거래 16조 4000억 원은 ‘실제 불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방에 나눠주는 세금을 18조 원 넘게 줄였는데 이는 ‘불용’도 아니라는 게 경제부총리의 설명이다. 중앙정부의 세수부족을 지방에 떠넘기면서 ‘주지 않은 돈’도 아니라고 주장한 셈이다.
중앙정부의 불용을 떠안은 지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023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 총수익은 전년 대비 2877억 원(2.03%) 줄었다.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지방교부세가 전년 대비 1949억 원(10.8%)이나 줄어든 탓이다. 이는 지방 교육청에 지급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분은 제외한 수치다.
수익이 준 부산시는 각 구군에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등 ‘이전 지출’을 줄였다. 지난해 부산시는 시·도비보조금, 조정교부금 등의 ‘정부 간 이전 비용’을 전년 대비 3833억 원(5.02%) 줄였다. 민간에 지원하는 예산도 줄였다. 민간보조금, 출연금, 전출금비용 등 ‘민간 등 이전 비용’은 전년 대비 2323억 원(10.28%) 줄였다. 중앙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예산 삭감의 영향이 각 지자체와 지역의 민간단체, 기관까지 도미노 효과를 낸 셈이다.
중앙정부 예산 불용에 타격을 입은 부산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을 아껴서 잘 쓴 걸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부산시의 일반회계 세출 불용액은 30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억 원(4.3%) 증가했다. 수입이 줄어 구군에 나눠주는 예산까지 줄인 부산시는 국비를 지원받았다가 쓰지 못해서 중앙정부에 되돌려 준 ‘보조금 반납’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부산시는 684억 원의 국비보조금을 반납(실제 반납 기준)했다. 이는 2022년의 국비보조금 반납액 169억 원의 4배 규모다. 식만~사상간(대저대교) 혼잡도로 사업은 국비 243억 원 가운데 2억 원만 지출해 240억 원의 보조금반납금과 보조금 정산잔액 1억 원이 발생했다. 전기자동차 구매지원 사업에서도 1389억 원의 보조금 가운데 264억 원을 반납했다.
지난해 세수 결손에 따른 도미노 효과는 지방정부, 민간단체까지 광범위한 타격을 입혔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8일 “올해도 세수사정이 썩 좋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세수 진도를 감안하면 올해 지자체 보통교부세가 3조 원 줄어들 것이라는 민간(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중앙정부는 올해 또다시 예산을 ‘안 쓰는’ 전략을 쓸 수 있고 지방정부는 또다시 예산을 ‘못 쓰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