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기후 수능시험

입력 : 2024-07-15 17: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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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하루가 멀다고 듣게 되는 말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적 재해나 재앙이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이상 현상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장마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확연히 이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날씨 양상이 조금만 이상해져도, 그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들썩거려도 그 원인을 모두 기후변화 탓으로 돌린다. 아주 당연하고 또 익숙한 듯이….

하지만 사실 기후-환경 변화에 관해 체계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대체로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접한 토막 내용이 기후변화에 관한 지식의 모든 밑천일 개연성이 높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국내 교육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국내의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기후변화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매우 흥미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른바 ‘기후 수능시험’이다.

환경재단 산하 어린이환경센터가 다음 달 31일 개최하는 ‘2024년 제1회 기후 수학능력시험’이 그것으로, 국내 최초의 환경 지식 경연대회라고 한다. 참가자들은 현직 환경 교사가 출제한 30문제를 풀고 기후환경 전공 대학생들의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전국 14~19세의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15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는다. 우리 청소년들이 공교육 체계에서 제대로 접하지 못하고 있는 기후-환경 문제를 기후 수능시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급하고 절실한 현안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것이다.

환경재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환경 과목을 선택한 학교는 전국 5631개 중·고교 중 875곳으로 15.5%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외국의 경우 이탈리아는 2019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를 교육과정 필수과목으로 채택해 매년 33시간을 교육하고 있고, 스웨덴도 이미 여러 교과목에서 기후변화 통합 교육을 시행 중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기후변화 교육 강화 흐름을 볼 때 앞으로 관련 교육은 각국의 필수과목으로 더 많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는 이미 미증유의 기후변화 사이클에 진입했다. 지구에 환경적 재앙이 없기를 소원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가만히 있어선 안 되는 상황이 지금 인류가 처한 현실이다. 그중에서 미래 세대에게 현세대의 과오를 비롯해 기후변화 문제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만 대처 방법도, 역량도 모색할 수 있다. 아는 것이 의지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한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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