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을 '글로벌 핫플'로] 지진 상처를 부흥 콘텐츠로… 도시 재건 자부심 뿜뿜

입력 : 2024-07-18 19:50:00 수정 : 2024-07-28 17: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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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픈 역사의 재탄생, 일 고베항

지진 계기 항만 친수공간 재개발
민관 전담 조직 설립 효율 극대화
메리켄 파크 안엔 지진 기념공원
휜 철근·부서진 콘크리트 등 전시

지난달 13일 항만 재개발로 조성된 일본 고베항 메리켄 파크에 고베 타워, 고베해양박물관 등이 화려한 야경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13일 항만 재개발로 조성된 일본 고베항 메리켄 파크에 고베 타워, 고베해양박물관 등이 화려한 야경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13일 오후 8시 일본 효고현 고베시 고베항. 오사카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인 이곳에 취재진이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08m 높이의 고베 타워였다. 모래시계 형태의 타워를 감싼 붉은색 조명은 화려한 도시 야경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파도와 돛을 형상화한 고베해양박물관과 맞은편 대관람차도 화려한 빛을 내뿜었다.

입장료 1200엔(약 1만 600원)을 내고 고베 타워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자 고베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층마다 예술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카페,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을 배치해 관광객 발길을 사로잡았다. 인근 복합 쇼핑몰 ‘모자이크’에는 밤늦게까지 식당마다 사람이 가득했고, 매일 출항하는 크루즈의 야경 프로그램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고베항 전경.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고베항 전경.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튿날 낮에 찾은 고베항은 지난밤과 전혀 다른 매력을 뽐냈다. 15만 6000㎡ 규모의 친수공원 ‘메리켄 파크’에 설치된 ‘BE KOBE’ 조형물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고베항 지진 메모리얼 파크'는 1995년 대지진 때 파괴된 부두와 시설 일부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이곳을 함께 찾은 부경대 HK+사업단 공미희 교수는 “고베항은 지진의 상흔을 보존하며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친수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설계하여 도시 재생과 관광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대지진 아픔을 콘텐츠로

1968년 1월 개항한 고베항은 1980년대까지 뉴욕항, 로테르담항, 홍콩항에 이은 세계 4위 규모의 동북아시아 물류 중심지였다. 기존 항만으로는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해 1960년대부터 인공섬인 ‘포트 아일랜드’와 ‘로코 아일랜드’를 매립해 항만 기능을 옮겼다.

하지만 1995년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로 6300여 명이 사망한 것은 물론 모든 항만 시설이 붕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고베항은 동북아시아 대표 컨테이너 항만 지위를 내려놓아야 했다. 이때 고베항 물류 상당 부분이 부산항으로 옮겨졌다.

고베항은 이런 아픈 역사를 보존해 ‘부흥 콘텐츠’로 승화했다. 바로 메리켄 파크 안에 조성된 고베항 지진 메모리얼 파크다. 메모리얼 파크에 전시된 엿가락처럼 휜 철근, 산산이 부서진 콘크리트는 당시 지진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가늠하게 했다. 벽면 한쪽에는 지진 이후 고베항 재건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고베항 전경.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고베항 전경.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인근 주민이라 밝힌 리에코 씨는 “고베 시민은 이곳에서 지진의 역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도시를 재건한 것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대적 친수공간으로 대변신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큰 비극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고베항이 현대적인 친수공간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됐다. 고베 친수공간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먼저 쇼핑과 음식, 볼거리가 가득한 ‘하버랜드’다. 1992년 개장한 하버랜드는 복합 쇼핑몰인 ‘모자이크’가 있으며, 모자이크 앞 부두에서는 크루즈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대관람차는 꼭 타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사진 명소다.

고베항 전경.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고베항 전경.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두 번째는 친수공원인 메리켄 파크다. 과거 부두 근처에 미국 영사관이 있다는 이유로 아메리칸(American)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메리켄 파크에는 주요 랜드마크 시설이 몰려 있다. 마지막은 ‘뉴 시포트’ 지역이다. 고베항 개항 당시 처음 설치된 부두인 ‘고베항 제1부두’가 있으며, 현재 재개발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지역이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인 실내 공연장은 마치 부산항 북항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케 했다. 옛 물류 창고였던 낡은 건물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카페, 와이너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민관이 전담 조직 설립…성공적 합작

가장 활성화된 공간인 하버랜드는 '주식회사 하버랜드'가 운영한다. 주식회사 하버랜드는 고베시와 고베상공회의소, 민간기업 7곳이 함께 출자한 회사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섞인 기구에 대해 고베시는 '제3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제3부문은 정부·공기업인 '제1부문'과 민간·영리기업인 '제2부문'이 혼합된 새로운 형태를 뜻한다.


고베항 전경 사진. 고베시 제공 고베항 전경 사진. 고베시 제공

메리켄 파크도 개발은 고베시가 했지만 운영은 ‘고베항 U 파크 매니지먼트’라는 민간 공동사업체가 맡는다. 하야마 운수 주식회사, 미쓰비시 창고 주식회사 등이 포함된 이 사업체는 고베시 위탁을 받아 메리켄 파크 내 고베 타워, 고베항 지진 메모리얼 파크, 친수공원 등의 운영을 책임진다.

고베시 항만국 워터프런트 재개발추진과 사사카와 유키 계장은 “시가 가진 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민간의 노하우를 접목시키기 위해, 사업자가 공원 관리와 운영은 물론 행사 유치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일보>·국립부경대 HK+사업단 공동취재단이 고베시 관계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일보>·국립부경대 HK+사업단 공동취재단이 고베시 관계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일본 고베/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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