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히로시의 북극 그림 여행기>는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아베 히로시의 북극 여행일기다. 저자는 2012년 6월 19일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롱위에아르뷔엔 항구에서 출발해 약 한 달간 북극해를 여행하며 만난 생물들과 풍경, 사람들을 생생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풀어냈다.
저자는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무려 25년 동안 사육사로 일하다가 그림책 작가로 데뷔해 <가부와 메이 시리즈>에 그림을 그리면서 단번에 유명해졌다. 그 뒤 역동적인 선과 풍부한 색채,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과 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 책 속 북극은 생명이 약동하고, 왁자지껄하다. 작가가 스케치북에 슥슥 연필 선 몇 번 그어 크로키(스케치와 같은 뜻, 또는 건축·조각·회화·디자인의 최초의 구상을 생각나는대로 그린 소묘)처럼 그린 북극의 빙산과 어슬렁거리는 거대한 북극곰은 금세 움직일 듯 생생하다.
북극곰뿐만 아니라 벨루가, 고리무늬물범, 큰부리바다오리, 참솜깃오리, 뿔퍼핀, 이끼와 아네모네꽃까지 다종다양한 동식물들이 소개된다. 자연과 동식물의 소개만으로는 ‘일기’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이에 더해 쨍쨍한 백야의 밤과 폭풍우 등 요트에서 먹고 자며 겪은 진기한 경험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또 하나 이 책의 특징은 목차가 없다. 하긴 ‘일기에 무슨 목차냐’라고 생각하면 그 또한 이상하지는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동물들이 점점 사라지고 북극곰들이 굶주림을 겪고 있다는 사진과 연구 결과가 연달아 발표됐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과 동식물이 맺어 온 관계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저자가 ‘북극곰도 갈매기도 나도 지구의 주인이다’라고 책을 마무리한 이유 또한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아베 히로시 지음/최진선 옮김/너머학교/132쪽/1만 6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