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PK(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이 ‘한동훈 체제’ 당 내부 갈등 구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동훈 지도부의 사퇴 압박에도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친한(친한동훈)계 서범수 사무총장과 정성국 의원이 여론몰이에 나서면서다. 친윤 정책위의장 교체는 신임 한동훈 체제의 첫 인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선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를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 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을 둘러싸고 신임 한동훈 지도부의 중심 인물로 떠오른 서범수(울산 울주) 사무총장과 정성국(부산진갑) 의원이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의 사퇴 압박에도 정 정책위의장은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정 정책위의장으로부터)소식을 들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 사무총장은 “(기다림이)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을)계속해서 질질 끌고 갈 수는 없다”며 정 정책위의장의 거취를 거듭 압박했다.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 역시 “(전당대회 이후)제법 시간이 지났고, 국민께 어떻게든 새 출발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데 그걸 못 보여줘서 조금 죄송하고 안타깝다”고 뜻을 같이했다.
전날 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임명하는 당직자들에 대한 일괄 사퇴를 주문한 바 있다. ‘한동훈호’의 당직 인선을 위해서다. 그중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인 정 정책위의장을 향한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도 정 정책위의장은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 측의 잇단 사의 요구에도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 사무총장의 당직자 일괄사퇴 요청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했고 오는 4일 개최가 예상되는 고위 당·정·대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에서 “저는 발언하지 않겠다”며 한 대표 측의 사퇴 압박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최고위는 비공개 회의 없이 바로 끝났다. 한 대표와 정 정책위의장 사이에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당 사무처에 사의를 밝힌 서지영 전략기획부총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김수민 홍보본부장,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한계의 압박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가 (정책위의장)교체를 원하고 있다고 본다”며 “결론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사무총장이 (정책위의장의 사퇴를)요구했고, 거기에 반응을 안 하면 분란 등 이야기가 나오기에 (정책위의장도)리스크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정책위의장 관련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길게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친윤계에선 “정책위의장은 원내와 함께 일하는 핵심 자리”라며 정 정책위의장의 사퇴에 선을 긋고 있다. 이에 정 정책위의장 거취 문제가 여권 내홍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