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파리가 진짜 많습니다. 하루 종일 어선들이 밀어내도 계속 나와요.”
1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인근 바다. 배 위에 쌓인 해파리 무더기를 바라보던 부산시수협 송정어촌계 박병수(57) 선장은 〈부산일보〉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 선장은 올여름 극성인 해파리를 거둬들이는 구제 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송정해수욕장 개장 시간 동안 하루 두 번 배 5척을 띄워 해파리를 뜰채로 잡아 올리는데 이날 오전에 한 배에서 잡힌 해파리는 7마리였다.
부산 지역 해수욕장들이 해파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절정에 이른 피서철에 폭염과 함께 몰려온 해파리 떼가 피서객들을 위협하면서 수상안전요원부터 민간 수상구조대, 어민, 공무원이 총동원돼 해파리 퇴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해상 해파리 구제 작업을 시작한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이달부터 해파리 퇴치 용선을 3척에서 5척으로 늘려 운영한다. 매일 오전과 오후 2번씩 어민들이 용선을 끌고 해수욕장 인근 바다에 나가 뜰채로 해파리를 건져 올린다. 피서객이 있는 물놀이 구역 인근 바다부터 먼 바다까지 5척이 해파리 퇴치에 나서는 이른바 ‘해파리 밀어내기’ 작업이다. 이렇게 잡히는 해파리는 1일 80여 마리로, 총 무게는 약 250kg에 달한다.
바다로 나간 지 10분도 안 돼 바다에 둥실 떠오른 해파리를 보고 박 선장은 배를 멈췄다. 물놀이구역을 표시한 부표와 채 3m 떨어진 거리. 썰물을 감안하면 유속에 따라 10분도 안 돼 해파리가 물놀이구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건져 올린 해파리는 1m 크기에 무게가 30kg을 웃돌았다. 해파리를 뜰채에서 꺼내자마자 배 위에 촉수가 흘러내렸다. 김 선장은 “오전에도 해파리를 내리다가 목에 촉수가 튀어 하루 종일 쓰라리다”며 “지금 부산에 출몰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독성이 있어 이렇게 스치기만 해도 따갑고 더러 쇼크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여름 유독 해파리 출몰이 늘어나면서 쏘임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쏘임 사고는 98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건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12일부터 경남, 경북, 울산, 부산, 울산 전체 해안에 해파리 주의 단계 특보를 발령했다.
이날 오전 9시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민간 수상구조대원들이 해파리 포획을 위해 뜰채를 들고 나섰다. 백사장을 돌아다니면서 뜯겨진 해파리 파편을 줍거나 얕은 물에 떠밀려온 해파리들을 담았다. 이렇게 모인 해파리들은 망루 밑에 묻는다.
해운대해수욕장에는 1.2km 길이로 해파리 유입 방지망이 설치돼있다. 하지만 파도에 쓸리거나 미포 등 방지망이 설치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흘러들어오는 해파리로 방어선이 뚫리기 일쑤다. 65명의 구조대원 전원이 투입돼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시로 해변에 떠밀려오거나 수중에서 발견된 해파리를 수거한다. 해파리 퇴치 어선 1대가 상시 운영되고 구조용 제트스키 2대도 해파리가 보이는 대로 퇴치에 동참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늘어나는 해파리에 해수욕장 근무자들이 총동원됐다. 지난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수거된 해파리만 800마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한 마리도 없었다.
민간 수상구조대 서민정 대장은 “유독성 해파리를 피서객들이 접촉하지 않도록 입욕 구간은 전부 관리 대상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