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6000세대 턱밑 부산, 연말 신기록 세우나

입력 : 2024-08-06 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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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기준 주택 5994세대 미분양
2013년 4월 6131세대 이후 최대
5월 기록 경신 두 달만에 더 늘어
하반기까지 8000세대 넘어갈 듯

부산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산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산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5월 11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운 부산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두 달 만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달 미분양 아파트가 6000세대에 육박하며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마다 미분양이 차곡차곡 쌓이는 추세다.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미분양이 쏟아져 나오고, 일부 단지는 계약 물량이 한 건도 없어 단지 전체가 미분양으로 분류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실제 미분양 수치는 지자체 통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지며 미분양 물량이 8000세대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부산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5994세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5205세대)에 비해 보름여 만에 15.1%나 수치가 늘어났다.

지난달 미분양 아파트 세대 수는 2013년 4월 6131세대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5496세대를 기록하며 최대치를 갈아치운 바 있는데, 이 수치를 두 달 만에 다시 넘어선 것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 3월과 4월 매달 미분양이 1000세대씩 차곡차곡 쌓이며 지난 5월 5000세대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도 5994세대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미분양 주택이 5000세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1389세대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 1402세대와 비교하면 13세대 줄어든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다.

부산시 관계자는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 세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관련 수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분양 아파트 수치는 매월 말을 기준으로 업데이트하는데,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잡으면 미분양 아파트가 6000세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6월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를 보면, 1200세대가 넘는 기장군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절반 수준인 600여 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특히 일부 아파트는 준공이 났음에도 단 한 세대도 계약이 되지 않은 채 단지 전체가 여전히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6월 말 기준 수영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 3월부터 입주가 가능했지만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300세대 가까운 단지가 전부 미분양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사상구의 한 80세대 소규모 아파트 역시 가구 수 전체가 미분양 물량으로 잡혔다.

부산시 통계보다 실제 미분양 규모는 훨씬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미분양 통계는 지자체가 사업 주체에게 협조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형태로 집계된다. 업주가 원하면 미공개 처리를 할 수도 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숫자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정보 제공을 거부한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전무하다”며 “요즘 같은 불황기에 양심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신고할 사업자가 얼마나 되겠느냐. 실제 미분양 물량은 지자체 통계의 배가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당분간 계속 쌓일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올해 상반기 신규 분양한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하반기에 분양할 단지에도 미분양이 많을 것으로 예측돼 올해 8000세대가 넘어갈 수도 있다”며 “미분양이 6000세대에 육박한 것만으로도 구축 부동산 시장에 주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관건은 분양가인데 원자잿값 인상 등 여파로 분양가는 점차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구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도 꾸준한 상황이라 올 하반기 금리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미분양 아파트 물량 해소에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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