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인물이 많이 나와 ‘천재들의 세기’로 불렸던 17세기를 통틀어서도 단연 돋보이는 사람을 꼽자면 ‘아이작 뉴턴’을 들 수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포함한 고전물리학의 완성, 라이프니츠와는 별도의 미적분학 창시, 프리즘 실험을 통한 광학 연구 등 그의 업적은 현대 과학과 문명의 실질적인 기초가 됐다.
넘볼 수 없는 과학적 성과로 생전에 이미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는 위치였지만 인생 후반부에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엉뚱하게도 연금술이었다. 그냥 취미 정도가 아니라 수학이나 물리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만큼 연금술 연구에 매달렸다고 한다. 뉴턴은 금을 만들기 위해 납에 수은을 넣고 끓이는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결국 수은 등 중금속에 너무 노출되는 바람에 만년에는 정신착란 증세까지 겪어야 했다. 이런 연유로 뉴턴은 ‘최후의 연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인류 최고의 과학자인 뉴턴은 결국 연금술로 금을 만들었을까. 그러나 이는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금은 원소 특성으로 인해 아무리 다른 물질이나 약품을 혼합해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도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충돌 등을 통해 외계에서 만들어진 뒤 지구 생성기에 유입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지구에 미세한 조각이나 입자 형태로 유입된 금은 어떻게 덩어리를 이루게 됐을까.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밀을 풀어줄 만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호주 모나쉬대 등 공동 연구팀이 3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 핵심은 ‘지진’이다. 먼저 금과 주로 광맥을 형성하는 석영에 지진 활동으로 발생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전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금이 용해된 액체 속의 금 입자가 달라붙으면서 덩어리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한 번 덩어리가 생기면 이 자체가 전도체 역할을 하며 더 많은 입자를 끌어당기는 식으로 덩어리가 커진다.
물론 이런 과정이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마 여러 조건이 맞아야 생기는 현상일 터이다. 그러나 금덩어리가 형성되는 지구의 비밀을 살짝 엿봤다고 생각하니 솔깃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거기다 또 지금은 금값이 다락같이 오르는 때가 아닌가.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늘 가슴속에서 이글거리면서 타오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