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계엄설’과 관련, 구체적인 증거 밝히지 않으면서 “정황적 근거”를 강조하고 있다. ‘제보’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이른바 ‘한남동 모임’에 대한 비난 목소리만 높이는 모습이다. 계엄설에 대해 “근거 있는 확신”이 있다던 김민석 최고위원은 “여러 가지 정황적 근거가 있다”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민주당에서 계엄설을 주도하고 있는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계엄설에 대해 “여러가지 정황적 근거가 있고, 구체적으로 우려할 만한 정보 등이 있어서 종합적으로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계엄령 준비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던 지난달 21일 발언과 비교하면 수위가 낮아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군사 전문가인 김병주 최고위원도 “제보는 들어오는데 확인과정이 필요하고, 밝히면 제보했던 사람이 다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김용현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박선원 의원의 ‘한남동 모임’ 발언을 계엄설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청문회 당시 김용현 장관 후보자가 경호처장 시절에 한남동 공관에 수도권의 세 사령관인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불렀고, 이는 계엄모의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모임에 대해 “지휘체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꼭 계엄이다 아니다 하기는 뭐 하지만 대단히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도 계엄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확인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계엄설에 대해 “직접 증거를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의심 살만한 것은 이른바 충암고 학맥”이라며 “군 정보기관 등 수장이 충암고 인맥으로 채워지다 보니까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계엄설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제보 내용이나 근거를 소속 의원들에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저와 같은 국방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 의원들한테는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서 당에서 어떤 근거와 제보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계엄에 대해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하면 (당이) 벌써 수사 고발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 일(계엄)이 절대 있을 수 없도록 선제적으로 경고하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불가능한 과거의 일을 우려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주류 정치인들은 계엄을 체험해 본 분들”이라며 “호환마마 이야기가 (지금은) 안 나오는 것처럼 계엄령에 대해서 과도하게 우려한 것 자체가 민주당이 올드하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계엄령을 했을 때 탱크가 광화문 앞에 깔리는 게 지금 시기에 가능하냐”면서 “옛날같이 새벽에 갑자기 와서 광화문을 장악하고 이런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