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명품시계' 21살에게 구매한 중고업자, 항소심서 '무죄' 받았다

입력 : 2024-09-16 16: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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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명품시계를 훔친 후 판매하러 온 21살에게 이를 매수한 40대 중고물품 매매업체 운영자가 유죄를 받은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A(44) 씨의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 씨에게 금고 4월과 집행유예 2년을 포함해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한 바 있다.

A 씨는 2022년 12월 대전 서구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매매업체에 물건을 판매하러 온 B(당시 21세) 씨로부터 그가 훔친 명품 시계를 1020만 원에 매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가 매수한 가격은 약 1940만 원을 받는 해당 시계의 시가보다 현저히 적은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해당 시계의 장물 여부 등을 잘 살피지 않은 점을 들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B 씨의 손목시계 취득 경위를 포함해 매도 동기 및 거래 시세에 적합한 가격을 요구하는 지 등을 잘 살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거래 당시 B 씨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은 얼굴이 비슷한 타인의 명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비교적 어린 나이의 B 씨가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거래를 시도했음에도 A 씨가 장물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아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고가의 물건을 20세 가량에 불과한 매도인이 구입·소지하거나 처분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B 씨의 직업이 무엇인지, 시계 구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 상세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명품시계의 제품보증서가 없었음에도 "분실 경위 등을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과거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받은 전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은 장물 여부를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시계의 출처 및 소지 경위 등도 확인한 점을 근거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매도인 설명의 사실 여부에 관해서까지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거래 당시 B 씨는 A 씨의 제품 확인 질문에 자연스럽게 응하며 "(명품 시계를) 모 카페에서 중고로 1940만 원에 매수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B 씨는 이사를 해서 보증서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며 보증서 사진을 피고인에게 전송해 인증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사진은 시계의 원래 주인인 C 씨가 B 씨와의 거래를 위해 그에게 전송한 사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거래장소에서 B 씨는 C 씨 얼굴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시계를 훔쳐 달아난 뒤 A 씨에게 장물을 처분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모르는 피고인으로서는 보증서 사진을 확인한 이상 이를 정상적인 물품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시계의 시가를 공소사실에 적힌 1940만 원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적정 가격으로 매수했다고도 판시했다.

또 B 씨가 매입계약서의 '위 물건이 분실 및 도난 물품일 시에는 양도인은 어떠한 법적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부분에 자필로 체크했다는 점 등이 무죄 판단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원 부산닷컴기자 kooknot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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