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창업은 물론 부산형 식음료 기업에도 ‘뭉칫돈’

입력 : 2024-09-19 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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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벤처투자 ‘활활’

전자 계약 독보적 기술 ‘모두싸인’
177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
부산 맛집 밀키트 업체 ‘소담소담’
수도권 VC 등이 7억 종잣돈 쾌척
시리즈A에만 몰려 스케일업 한계
초기 단계 이후 투자 확대가 숙제

올해 부산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부산 창업 생태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역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부산 슬러시드 2024’ 행사장 모습.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올해 부산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부산 창업 생태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역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부산 슬러시드 2024’ 행사장 모습.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창업기업의 성공은 자금과 직결돼 있다. 뛰어난 아이디어도 이를 구현할 자금이 없으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 부산 스타트업의 잇단 투자 유치 소식은 앞으로 성공할 초기 기업이 늘어날 것을 의미한다. 또 그 중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기업도 나올 것이기 때문에,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우수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부산 스타트업의 기술력 전국구로

지난 4월 국내 1위 전자계약 전문업체인 부산의 ‘모두싸인’은 177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성공했다. 기존 투자자인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이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기업은행, DSC인베스트먼트가 신규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이메일, 카카오톡, 전용 링크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 보관과 관리까지 계약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공공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두싸인 이영준 대표는 “부산의 대표 기술창업 기업으로서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이번 투자뿐만 아니라 시 차원의 펀드 조성이 확대되는 등 실력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두싸인처럼 시장성을 갖춘 기업이 아닌 초기 창업기업에도 시드머니 등 기초 자금 공급이 활발해 지고 있다. 건설기계 전동화 솔루션 전문기업 ‘엘렉트’는 지난 7월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더인벤션랩 등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성공했다. 엘렉트는 장착 즉시 내연기관 굴착기를 전기 굴착기로 전동화 시켜주는 모듈 ‘에코큐브’를 개발했다. 투자금액은 비공개지만,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 해결을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투자사로부터 성장 가능성을 입증 받은 셈이다. 엘렉트 최인규 대표는 “설립 1년 4개월 만에 만든 성과로, 예비 유니콘으로서 잠재력과 성장성을 모두 인정받은 것 같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10년 내에 전기 구동 건설장비 업계의 테슬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F&B 업계, 부산 특색 살려 ‘숨통’

부산의 양념육 밀키트 제조업체인 ‘소담소담’은 지역 F&B(식음료) 업체 중 올해 7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했다. 라이프스타일 테크 액셀러레이터인 스타릿지가 1억 원, 부산의 투자사인 제피러스랩과 동문파트너즈가 6억 원 상당을 투자했다. 이들은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의 맛’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보았다.

소담소담 이정수 대표는 “부모가 동래에서 오랫동안 고깃집을 운영했는데, 노하우를 그대로 담아 밀키트로 만들었다”며 “치킨시장과 달리 돼지고기 2차 가공시장은 브랜드화 되지 않았는데, 소담소담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소담소담은 지난해 3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 목표 매출은 60억 원으로 잡고 있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기장에 1000평 규모의 공장 증설 등을 추진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부산의 건강기능식품 업체에도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굿대디’는 상추 속 ‘락투신’이라는 천연 성분을 활용한 수면 영양제를 개발했는데, 올해 엔젤투자와 시드머니 투자를 받았다. 초기 투자단계인 만큼 투자금은 많지 않지만, 마땅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템에 담긴 사업성과 가능성을 투자로 이끌어 냈다는 의미가 크다.

■글로벌 창업도시 도약 모색

기관이 중심이 된 정책금융도 일회성을 넘어 스타트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펀드 등을 통해 시가 투자한 기업의 후속투자 건수는 2021년 60건, 2022년 78건, 2023년 106건으로 증가 추세다. 후속투자 유치금액은 2023년 15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5% 증가했다.

부산시 최남연 창업벤처담당관은 “신생기업의 7년 생존율이 전국 평균 26%인데, 시가 투자한 부산 기업들의 7년 생존율은 48%로 기업의 안정적 운영에도 시의 펀드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다수의 투자가 초기 투자 단계인 ‘시리즈A’에 몰려있어, ‘스케일업’ 단계에서 자금 부족을 겪는 창업 기업이 많다. 부산의 스타트업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진출까지 도울수 있도록 투자금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김용우 센터장은 “수도권에 비해 지역의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사업성 등 미비한 부분이 많다. 사업을 고도화 시키고 대형 투자사들을 끌고 올 수 있는 일종의 지역 특화형 ‘창업전문가’를 키우는 것도 해법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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