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폭염에 뒤이어 ‘극한호우’가 부산을 강타하면서 도로나 주택 곳곳이 침수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시내 전역에 피해가 속출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에는 20일 자정부터 이날 오후 8시 50분까지 370.6㎜의 비가 내리는 등 시간당 최대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는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에 이르는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도로에서 배수 지원을 하던 부산소방본부 차량이 싱크홀로 추락했고, 뒤이어 바로 옆으로 지나가던 5t 트럭이 빠졌다. 다행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고현장 인근에 또다른 싱크홀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수영구에서도 이날 오전 수영교차로에서 해운대방면 도로 1차선에 길이 7m, 깊이 15cm의 포트홀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로 재포장 공사로 일대 교통 정체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총 21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차량과 주택, 도로 침수, 토사 유출, 맨홀 역류 등 관련 신고가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7시 51분 동구 한 아파트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비슷한 시간 남구 대연동과 부산진구 범천동에서도 주택과 상가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연제구에서는 오전 8시 45분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 5∼6대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오전 9시께 연제구 소재 다른 도로 3곳에서도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각각 접수되기도 했다.
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 일대도 물에 잠기면서 신호기가 고장 나고, 차량 7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진구와 수영구, 사상구 일대에서도 각각 차량이 침수됐거나 침수될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강서구 지사동에서도 4차선이 넘는 도로가 물에 잠기고 차량이 침수됐다.
상가와 주택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8시 57분께 북구 한 주택에서는 침수로 주민이 고립이 소방본부가 안전 조치했고, 오전 9시 전후로 부산 연제구 한 상점과 빌라에도 침수가 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전 10시 13분께 부산진구의 한 도로 맨홀 주변을 역류하는 물에 아스팔트가 산산이 조각났고, 해운대 벡스코와 올림픽교차로 일대, 연제구 거제동을 비롯한 강서구 지사동, 부산진구 범천동 등 상습 침수 지역은 주민들의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부산 시내 전역에는 곳곳이 침수되면서 시민들의 목격담도 잇따랐다. 연제구 거제동 한 도로는 인도까지 흙탕물이 가득 찼고, 화물 차량 한 대가 비상깜빡이를 켠 채 고립된 모습이 공개됐다.
또 공사장 펜스가 넘어졌다거나, 간판이 추락할 우려가 있다는 신고, 도로 침수가 걱정된다는 신고 등도 이어졌다.
부산 강서구에선 지역 하천인 조만강 일부가 범람해 저지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동래구 온천천도 오전부터 수위가 올라가 온천천 교각 아래 도로가 모두 통제됐다. 호우 특보가 발효되면서 이날 부산 주요 지하차도와 도심 하천인 온천천·수영강 산책로는 통제됐다.
한편, 동래구와 금정구를 비롯해 부산 14개 지자체 등에서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ITX·새마을·무궁화호 등 경부 일반선 동대구역∼부산역 구간 열차의 운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또 오후 6시 10분께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을 오가는 동해남부선의 전 구간 열차 운행 중단됐다.
부산에는 이날 하루 대표 관측지점인 중구를 기준으로 323.5㎜의 비가 내리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