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늙은 사자

입력 : 2024-10-01 17: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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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1957~ )

죽음 곁에 몸을 누이고 주위를 돌아본다

평원은 한 마리 야수를 키웠지만

먼 하늘 마른번개처럼 눈빛은 덧없다

어깨를 짓누르던 제왕을 버리고 나니

노여운 생애가 한낮의 꿈만 같다

갈기에 나비가 노는 이 평화의 낯설음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독수리 한 마리

이제 나를 드릴 고귀한 시간이 왔다

짓무른 발톱사이로 벌써 개미가 찾아왔다

-시집 〈늙은 사자〉(2016) 중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죽음 곁에 몸을 누이고’ 살아가고 있다. 죽음이 풍기는 향기에 젖어 죽음이 드리우는 그늘 속에서 팔랑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해 의식을 갖고 죽음을 들여다보면, 죽음 역시 또렷한 의식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음을 느낀다. 섬칫 두려운 눈길을 감지하게 되었을 때, ‘노여운 생애가 한낮의 꿈만 같’다고 한들 어찌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그런 점에서 죽음을 담백하게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과의 응시 속에서 ‘이제 나를 드릴 고귀한 시간이 왔’음을 알아채고 죽음에 목숨을 순순히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생의 완성이 어디에 있고 무엇으로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깨우친 존재들이다. 하여 우리의 삶이 ‘먼 하늘 마른번개처럼 덧없’는 것임을 자각하는 일이야말로 삶과 죽음의 양면에 걸쳐 어떤 장애에도 걸림 없이 지고한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는 방편이 된다. 김경복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