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흑수저'로 명명된 요리사 80명과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일명 '백수저' 요리사 20명이 각 단계별로 다양한 형식의 경연을 펼쳐 승패를 겨루는 12부작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로는 널리 알려진 업계 경력과 더불어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대가들이 심사위원이 아닌 참가자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 입상자와 함께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셰프, 대한민국 조리명장, 유명 호텔·식당의 총괄 셰프들도 백수저로 등장한다.
흑수저 역시 상대적으로 업계 경력이 짧거나, 전국적인 인지도가 좀 낮을 뿐 요리 실력은 만만치 않다. 한식·일식·중식·양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지역 내에서 알아주는 오너셰프(사장 겸 주방장)를 비롯해 요식업계에 소문난 동네 맛집 사장님들이 다수 포함됐다. 흑수저 요리사 80명이 녹화 현장에서 처음 한 곳에 모인 순간, 출연자들끼리도 “오늘 서울 레스토랑 다 문 닫는 날이냐?”라고 물을 정도다. 여기에 심사위원으로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미쉐린 3스타’ 경력의 안성재 셰프가 출연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입맛을 상징하는 외식업계 거물과 ‘파인 다이닝’ 업계에서 최정점에 오른 두 사람의 상반된 캐릭터까지 확실한 셈이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흑백요리사’는 1~4부까지 공개된 첫 주와 5~7부가 공개된 지난주까지 2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 순위 1위에 올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40명이 동시에 요리할 수 있는 1000평 규모의 거대한 세트장을 비롯해 본명 대신 ‘별명’으로만 불리는 흑수저의 모습이 마치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같다는 평마저 나온다. 그리고 백수저와 흑수저가 벌이는 1대1 대결에서 심사위원들이 아예 플레이팅된 음식마저 볼 수 없도록 안대로 두 눈을 완전히 가린 채, 오직 입에서 느껴지는 식감과 맛으로만 요리를 평가하는 장면은 ‘흑백요리사’를 대표하는 장치가 됐다.
하지만 기존의 경연·쿡방 예능과는 다르게 ‘생존과 탈락’을 중심으로 아주 빠른 흐름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되는 것도 특징이다. 흑수저 80명이 ‘시그니처 요리’ 심사를 거쳐 20명으로 줄어드는 과정부터 제작진은 필요하다면 통편집까지 감수한다. 주재료 하나를 두고 펼쳐진 스무 번의 1대1 흑백대전과 두 번의 ‘팀 대결’에서도 과정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 기조가 유지된다. 결국 시청자 입장에서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인지 활약이 돋보인 출연자들이 전해주는 ‘비하인드(뒷얘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뜨겁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