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당론 결정을 앞두고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유예 대신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 안팎에서 폐지는 안 된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논의가 유예냐 폐지냐로 기울면서 시행 당론 채택은 낮아졌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4일 의원총회를 거쳐 금투세 당론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의견이 갈린 사안이어서 결국 지도부에 결정이 위임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도부에서 폐지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의 금투세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폐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도부가 폐지론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가 아닌 중립 성향 인사들도 폐지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부겸 전 총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들이 (금투세 폐지에) 반대 하고 있다”면서 “금투세 도입을 (결정했을 때) 여야가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총리는 “유예해 놓으면 또 여야가 싸움을 하게 될 거니까 아예 폐지하자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면서 “한 번 더 유예하면서 더 보완하고 거기에 따라 투자자들도 이것(금투세 도입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 입장은 아직 유예에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2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입장은 유예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고 본인도 (그렇게)말했다”면서 “저도 거기에 동의하고 동감한다”고 답했다. 한 대변인은 “많은 국민들이 요구하거나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걸 수용하고 반응하는 게 정당과 정치인들이 하는 역할”이라며 유예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금투세 논의가 유예와 폐지 사이에서 이뤄지면서 시행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한 이후 계속 유예 필요성을 역설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친명계의 폐지론 주장은 유예를 주장한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적 행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금투세 ‘우클릭’에 대해선 진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금투세 유예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조세정책에 있어서 정부 여당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앞에서는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는 정부 여당을 비판하고 세수결손의 책임을 물으면서 뒤에서는 법인세·종부세 등 감세에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이 대표에 대해 “자신을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칭했다”고 언급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을 잃고 모순에 빠진 ‘우클릭’은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