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계급 다룬 개막작 ‘전, 란’… 감독 “시대 바라보는 여러 관점 녹여”

입력 : 2024-10-02 17:43:39 수정 : 2024-10-02 20: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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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출범 이래 첫 OTT 개막작
임진왜란 전후 흔들리는 계급
‘JSA인연’ 박찬욱 감독 제작 참여
강동원·박정민 검술 연기 눈길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다른 걸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영화 ‘전, 란’을 만든 김상만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 감독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개막작 ‘전, 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히며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내용을 취합해 시대적 배경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함께 했다.

이 작품은 왜적의 침입 등으로 혼란스러운 조선에서 백성을 내팽개친 선조와 양반들, 의병을 꾸려 왜적과 맞서 싸우는 민중의 격동을 담아낸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이다. OTT 제작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BIFF 출범 이후 처음이라 공개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OTT 영화든 아니든 완성도 높은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온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며 “많은 상업영화를 봤지만, 이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상영 플랫폼의 (화면) 사이즈 차이로 영화를 나누는 건 이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새로운 표현 방식 같은 다양한 걸 고민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영화는 왜란이 벌어지기 이전과 전쟁이 끝난 이후 상황을 그린다. 박정민이 양반가 외아들 종려를, 강동원이 그의 몸종 천영을 각각 연기했다. 천영은 ‘김자령 장군’, ‘범동’ 등과 의병을 꾸린다. 의병의 화살은 왜군을 향하지만 때로 이들의 분노는 자신들의 안위만 돌보는 선조와 양반계층 등 가혹한 현실을 겨누기도 한다. 감독은 “계급에 대한 관점은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다”며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모든 사람이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 다르다는 걸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범동’을 연기한 김신록은 “평범한 백성이 곡식을 터는 도리깨를 들고 나와 의병으로서 어떻게든 싸우려고 한다”면서 “충동적이고 직감적으로 사태를 맞이하는 모습을 연기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박 감독이 영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편집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제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감독으로 일하면서 (박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며 “제게 스승 같은 분”이라고 했다. 그는 “(박 감독이) 현장에도 와서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정확하게 조언해줬다”면서 “편집을 할 때도 관성적으로 한 부분이 있었는데 (박 감독이) 편집본을 일일이 다 뜯어 보곤 원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다.

영화 ‘전, 란’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전, 란’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배우들은 이날 박 감독과 얽힌 현장 에피소드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동원은 “박 감독님이 현장에 처음 오신 날이었다”며 “제가 연기를 하고 모니터로 돌아왔는데, 감독님이 보시곤 ‘그건 단음이 아니라 장음으로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장원급제’라는 대사였는데 짧게 하는 단음이 아닌 ‘장-원’으로 길게 해야 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차승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서 “내레이션을 할 때 포인트를 둘 수 있는 부분이 없는 대사였는데 장단음을 심하게 구분하시더라”면서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배우들의 검술 연기를 보는 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강동원은 천영에 대해 “자유분방한 검을 쓰는 인물”이라며 “상대방의 검술을 보기만 해도 흉내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천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술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그 부분은 무술팀과 잘 이야기해서 찍었다”고 했다. 박정민은 “천영과 헤어진 뒤 7년 동안 왕을 호위하면서 군대 안에서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서 “좀 더 다른 느낌의 검술을 구현하고 싶어서 상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영보다 굵고 큰 검을 쓰고, 세로 형식의 검술에서 좀 더 머리 위로 올린 가로 방식의 검술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남유정·손혜림 기자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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