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체육센터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 임직원이 잠적(부산일보 1월 23일 자 10면 등 보도)한 탓에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가 괴로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남구청은 시공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업체이기에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나 업체 측은 공사 발주처인 남구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2일 남구청에 따르면 남구청은 임직원이 잠적한 A건설사 측을 상대로 부당 이득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A건설사가 용호동 남구국민체육센터2관(이하 체육센터)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공사 대금을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0월 체육센터 시공을 맡은 A건설사 임직원이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고 잠적한 이후 진행됐다. 체육센터 준공을 앞두고 사무실을 모두 비운 채 연락이 두절됐다. 당시 남구청은 공사 대금 총액의 95%인 74억 2000만 원을 A건설사에 이미 지급한 상태였고, 여기에는 하도급 업체가 받아야 할 돈도 포함됐다.
남구청은 이날 기준 남구청에 직접 신고된 하도급 업체 4곳이 받아야 할 공사 대금에 대해서는 남은 공사 대금으로 지불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들 4곳 업체는 A건설사가 남구청 측에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앞서 보고했던 회사라는 게 남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구제 대상에 A건설사가 자체적으로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체육센터 외벽 보온 공사를 맡은 B업체의 경우에도 공사 대금 4600만 원을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B업체 측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체육센터 외벽 보온 공사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B업체 대표는 “자재비, 인건비 등 3400만 원가량을 빚으로 떠안고 공사를 시작했다”며 “그런데 A건설사가 잠적해버려 돈 받을 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B업체 대표는 발주처인 남구청이 공사 대금을 대신 지불할 책임이 있다고 호소했다. 남구청 관리 감독이 허술했기에 A건설사가 하도급 업체에 줄 공사 대금까지 부당하게 챙길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B업체 대표는 “남구청이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한 책임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꼴”이라며 “공사 발주처인 남구청이 공사 대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B업체와 관련해 구청에 신고된 자료가 없기에 업체 측 주장만 믿고 공사 대금을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B업체 공사 내용에 대해 물어볼 A건설사도 없고 관련 서류도 없다”며 “B업체 사정은 잘 알고 있지만 근거 없이 공사 대금을 지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