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과 정부 관계자가 10일 의료개혁 방향을 놓고 토론회를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의정이 공개 토론회로 마주 앉은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의정 갈등이 어느덧 8개월을 넘기면서 국민 불안과 불편이 임계점에 봉착한 상황인데, 이날 토론회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양쪽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긴 했지만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자리를 계기로 의정 양쪽이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 수습은 더 불가능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다룬 의제는 의료계 측에서 제안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과 ‘정책 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대통령실이 제안한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이다. 예상한 대로 장기 갈등에 빠진 의정 대립을 해소할 만한 현실적인 접근이나 해법은 없었다.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 1차 의료 강화를 통한 환자 중심 의료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이 반복됐다. 의제 전체를 다루면서 충분한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적 한계도 있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는데, 갈등 해소의 길이 그만큼 험난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토론회 등 의료개혁을 위한 소통 방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제안,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추진 등 일련의 조처들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여전히 불신을 걷어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의료정책이 치밀하고 섬세하지 못한 탓이 크다. 엊그제 불거진 ‘의대 5년제’ 철회 소동만 해도 그렇다. 의대 학생들의 수업 복귀와 의료인력 수급 정상화 대안으로 내놓은 설익은 정책을 불과 이틀 만에 스스로 뒤집으면서 혼선을 빚었다.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하려면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여주는 게 먼저다.
그렇다고 해도 의대 증원 철회라는 일방적 주장만 내세우며 등을 돌린 의료계의 무책임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 정부가 2026년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힌 만큼 의료계가 2025년 증원 철회 주장에서 벗어난다면 합의점 도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는 대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지금은 의료 갈등을 매듭지을 계기를 마련하느냐 내년으로 넘어가느냐 하는 분기점이 될 만한 엄중한 시기다. 이번 토론회가 결실을 내진 못했지만 대화의 물꼬가 됐으면 한다. 대화가 늦어질수록 의료 사태는 수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뿐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