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54)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서울로 올라온 그는 1993년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습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해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아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강은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해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다.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는 등 시와 소설 아동문학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작품활동을 했다.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집 '채식주의자'(영어판 제목 The Vegetarian)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연재된 연작소설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강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구 문예창작과)에서 예비 작가들을 상대로 소설 창작론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울예대 학생들은 한강에 대해 "섬세함과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교수"라는 평가를 했다. 한강은 문인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펴낸 작가 한승원이다. 한승원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깔고 요즘 감각을 발산해 나는 작가"라며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승원과 한강은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한강의 오빠 한동림 역시 소설가로 작품활동을 했다. 한강은 어려서부터 익힌 피아노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는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는데, 흘러가 버린 노래 스물두 곡 속에 작가의 아련한 추억을 담아낸 이 책에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보컬까지 맡아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음반(CD)을 함께 수록했다. 산문집에서는 어린 시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십 원짜리 종이 건반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강의 가장 최근 작품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다. 이 소설로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하고, 올해 3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받았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소설을 써오면서 제일 기뻤던 순간이 2021년 4월 말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한 순간"이라면서 "워낙 오래 걸리고 힘들게 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 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해 온 작가는 이 회견에서 앞으로 '밝은 얘기'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