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현지 행정당국이 공식 명령했다.
11일(현지시간)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에 따르면 베를린 미테구청은 오는 31일까지 소녀상을 완전히 철거하라는 명령서를 보냈다. 기간 내에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태료 3000유로(약 444만 원)가 부과되며, 이후에는 증액된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다른 강제수단이 집행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테구청은 2020년 9월 공공부지에 설치된 소녀상 허가기간이 2022년 9월 만료됐고 이후에는 법적 근거 없이 구청 재량으로 용인했다며 철거를 요구해왔다.
미태구청은 철거한 소녀상을 이전할 후보지 3곳을 제시했으나 코리아협의회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는 구청 측이 이전 후보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지난달 24일 만나 사유지 이전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코리아협의회는 당시에도 구청 측이 후보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전을 먼저 약속하라고 요구해 응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이후 구청이 관내 공공부지 가운데 대체 장소를 최대 5곳 골라 제시한 뒤 논의하자며 이달 1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구청은 이 같은 제안에 답하지 않고 설치기간을 추가로 연장해달라는 코리아협의회의 또다른 신청도 기각했다.
외교적으로도 베를린시와 연방정부 등 독일 당국은 '위안부' 문제가 2015년 12월 한일 합의로 해결됐다고 본다고 구청은 밝혔다. 구청은 소녀상을 존치할 경우 "연방정부와 베를린시의 특별한 외교적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한일 갈등을 주제로 하는 소녀상은 독일연방공화국과 직접 관련이 없고 독일 수도의 기억과 추모 문화에 직접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자기 권리 주장이라는 주제를 일반화할 수 있지만 이를 미테구에 영구적으로 설치할 명확한 이유는 없다"며 내년에 베를린시·연방정부와 함께 전시 성폭력 문제와 관련한 기림비를 건립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협의회는 구청의 철거명령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