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이 온다” 세계로 번지는 한국 문학의 힘

입력 : 2024-10-13 14: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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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혜도 ‘톨스토이’상 쾌거
K문학 확산 기대감 높아져
국내 출판시장도 단비 기대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책마당 행사장에서 외국인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책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책마당 행사장에서 외국인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책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던 날 한국 문학계에는 또 하나의 경사가 겹쳤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37)가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김 작가는 “한국 소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아주 선하지도, 아주 악하지도 않은 진정한 인간을 보여 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악한 인간도 끝까지 지켜보며 사랑하게 되고 연민하게 된다. ‘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국내 도서 시장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한강의 책이 30만 부가량 팔리며 서점가 재고 물량은 바닥났기 때문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노벨상 수상 전일 대비해 판매량이 7500배나 증가했다. <소년이 온다>는 1845배, <채식주의자>는 1578배에 이른다. 서점마다 베스트셀러는 모두 한강의 작품들로 도배됐고, 온라인 서점들은 ‘15~16일 이후 배송 예정’이라고 배송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교보문고 한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판매량이 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오히려 늘고 있다. 이처럼 빨리 판매량이 증가하는 상황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는 네티즌들이 “이참에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읽어보자”며 책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을 번역서로만 읽었던 국내 독서팬들에게 한글로 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에는 한강 작가의 책을 판다는 사람들과 구한다는 사람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중고 서적임에도 오프라인 판매가격 1만 5000원(채식주의자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판매가가 책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강 열풍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판을 출간한 현지 출판사 그라세 측은 “한강에 대한 프랑스 독자의 관심이 치솟아 책이 없어 못 파는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그라세에서 한강 책 출간을 맡은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서점들이 출판사로까지 직접 찾아와 여유분이 없냐고 묻고 있지만 우리도 남은 게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11일 국내 출판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한 것도 심상치 않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4개 종목 모두 출판 관련 종목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세예스24홀딩스가 가격제한폭인 30% 상승한 5850원으로 장을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전자책 리디의 투자사인 컴퍼니케이를 비롯해 예스24, 예림당 등 3개 종목이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밀리의서재(23.63%), 웅진씽크빅(17.85%), 삼성출판사(14.24%)도 급등했다.

이번 수상으로 세계 시장에서 저력을 입증한 한국 문학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한국작가 한강,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등이 해시태그로 많이 달렸다. 또한 “한강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지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뤄 앞으로 한강 작품에 대한 중국 독자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외국문학연구소 둥천 조교수는 “한국 문학 연구자로서 앞으로 한강 신드롬에서 나아가 한국 문학 열풍이 불게 될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은 그간 일본이나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세계적인 K팝 그룹인 BTS, 블랙핑크를 거론하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진출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영한국문화원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11일 영국 런던 포일즈 채링크로스 본점 언어 부분에 ‘한강 특별 코너’를 설치 했다. 연합뉴스 주영한국문화원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11일 영국 런던 포일즈 채링크로스 본점 언어 부분에 ‘한강 특별 코너’를 설치 했다. 연합뉴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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