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29회를 맞은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1일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영화산업 침체라는 위기 속에서도 ‘도전정신’을 잃지 않은 BIFF는, 영화제의 위상을 입증하며 부산의 가을을 영화로 물들였다. 올해 영화제는 상영 편수 증가와 바다 위 스크린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후반부 행사 전멸과 예매 오류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제29회 BIFF 결산 기자회견에서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마무리된다”며 “부족한 점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해 내년 30주년 행사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 이상과 함께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이 함께 했다.
■관객 참여·새로운 시도 ‘호평’
올해 BIFF에선 공식 선정작 278편이 총 633회 상영됐다. 좌석점유율은 지난해의 82%보다 상승한 84%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다. 대부분 상영작은 입장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관객의 큰 관심을 받았다. 마스터클래스, 스페셜토크 등 이벤트는 지난해보다 15건 증가한 총 46건 진행됐다. 관객과 소통하는 관객과의 대화(GV)는 올해 303건 열려 영화인과 관객이 소통하는 자리로 기능했다.
남포동 비프광장 활성화와 새로운 시도를 한 점도 높이 평가된다.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주로 열린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은 이준익, 최동훈 등 천만 감독과 강혜정 대표 등 천만 제작자가 여럿 참석해 관객과 호흡한 덕분에 큰 호응을 얻었다. 민락수변공원에서 진행한 동네방네 비프 프로그램에선 처음으로 바다 위에 스크린을 띄워 관객에게 색다른 영화적 경험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고질병’ 올해도 반복
올해 BIFF 행사는 어느 해보다도 전반부에 집중돼 ‘용두사미’ 영화제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행사가 열흘간 열리는 게 무색할 정도로 개막 후 전반부 5일에 모든 행사가 모두 열려서다. 영화제 특성상 영화인과 취재진이 몰리는 초반에 행사를 많이 배치할 순 있지만, 후반부에 접어든 7일부터 사실상 일정이 ‘전멸’해 관객 불만이 속출했다. 매년 후반부 한두 편씩 진행되던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과 무대인사 등은 올해 단 한 편도 없어 영화제 기간인 걸 무색하게 했다. 후반부 열린 주요 행사는 지난 9일 진행된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배우 류준열의 오픈토크가 유일했다.
예매 오류·영사 문제 등 매년 발생한 고질적인 문제도 또다시 반복됐다. 지난 9일 오전 11시 30분 롯데시네마에서 상영된 ‘코코넛 나무의 높이’는 영사 장비 문제로 다음날 오전 11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무료 재상영을 했다. 지난 9월 일반 예매 당시엔 티켓 값이 결제만 되고 정작 예매는 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올해는 사전 티켓 판매를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해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이들의 참여가 힘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년째 BIFF를 찾고 있다는 한 70대 관람객은 “매년 현장 매표소에서 영화 예매를 했는데 올해는 남는 자리나 취소표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영화 관람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내년 BIFF 9월 개최 예고
올해 2월부터 BIFF호에 승선한 박광수 이사장은 11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대대적인 BIFF 혁신을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이사장은 “공석인 집행위원장을 뽑고 논의를 세부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영화제 내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오늘 영화제 폐막 이후부터 상세하게 검토해서 개선점을 찾아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BIFF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매년 10월 첫 주에 개막식을 열었지만, 내년엔 추석 연휴가 예정돼 있어 불가피하게 일정을 옮겼다. 박 이사장은 “BIFF 2회가 열린 1997년 이후 9월 개최는 처음”이라며 “내년엔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을 신설하는 등 30회를 맞아 내용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