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상생을 위한 협의체가 석달이 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회전 중이다. 배달앱 운영사들은 입점단체들이 요구하는 ‘수수료율 상한제’ 등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상생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안 도출 목표 기한인 이달 안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7차 회의를 열고 입점업체와 배달앱 운영사 간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차 회의에서도 입점업체 단체와 배달앱 운영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입점업체 단체는 ‘수수료율 5% 상한제’ 등을 요구했으나, 배달앱 운영사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방안을 제시하거나 아예 상생안을 내지 않으면서 버티는 모양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은 앱 내 배달 매출액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했다. 매출액 상위 60% 점주에게는 기존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위 60~80%에는 4.9~6.8%, 상위 80~100%에게는 2%를 각각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상위 60~80% 구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이 1000원이면 6.8%의 수수료율을, 1500원이면 4.9%를 적용받는 방식을 제안했다.
배민의 상생안에 입점단체는 즉각 반발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운영사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매출액 상위권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적은 점주에게는 소비자 할인 혜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3위인 요기요는 상생안으로 매출액 하위 40%의 점주가 내는 중개수수료 중 20%를 광고비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형식으로 돌려주는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는 지난 6차 회의에서 상생안을 내놓지 않았다.
입점단체는 대체적으로 ‘수수료율 5%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별로도 입장이 엇갈리면서 단일한 요구사항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수료뿐 아니라 과도한 광고비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수료뿐 아니라 광고비에 따라 차별적으로 노출하는 등 배달앱의 횡포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달 플랫폼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인해 상생 협의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앱 입점업체 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45) 씨는 “상생협의체에서 수수료를 내리기로 하면 광고비나 다른 명목으로 소상공인들을 착취하려 할 것”이라면서 “상생합의안 도출에 기대기보다 입법 등을 통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14일에 이어 오는 22일에도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어진 회의에서도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도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참여 주체 간 이견을 좁혀 상생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르면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