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사전 투표율이 예상과 달리 선전하면서 표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통설이 최근까지 부산에서도 일정 부분 증명돼 온 까닭에 막판 보수층 결집이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선거에서 보수 진영이 압승해 왔지만 부산 내 더불어민주당 지지세는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31.28%로 집계되며 부산 역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사전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8석 가운데 17석을 가져가며 의석수만 보면 압승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후보를 낸 17곳(연제 제외)의 민주당 후보 총 득표율은 44.98%(80만 7990표), 국민의힘은 53.82%(96만 6831표)로 득표율 격차는 8.84%포인트(P)에 그친다. 특히 금정구에서 민주당 총선 후보로 나섰던 박인영 전 부산광역시의회 의장은 43.4%로 역대 금정구 선거에 나선 진보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전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부산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면서 이번 보궐선거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운영 지지율이 뒷받침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공휴일인 1일과 3일 제외)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5.5%였다. 반면 부정 평가는 61.7%에 달한다. 금정구가 PK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실제로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전면으로 내세워 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부산을 찾을 때마다 “일을 못 하면 야단을 치거나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지난달 25일 현장 최고위), “잘못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지난 9일 이마트 금정점 집중 지원 유세)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 이러한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사전 투표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지지층을 피로하게 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 같은 피로감이 투표 참여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물론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말이 포함된 이번 선거 사전 투표율이 6개월 전에 현저히 못 미치기 때문이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 사수를 위해 부산에서 마지막 힘을 모아줬지만 이후 벌어진 당정 갈등으로 인해 당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한 대표의 계속된 금정구 방문도 효과는 반감됐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결국 이틀 남은 레이스 기간 보수 결집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이번 보궐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남을 전망이다. 금정구 보궐선거의 경우 향후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쥐고 가느냐와 밀접하게 연관 돼 있다.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금정구를 넘겨주게 될 경우 민주당은 보선 승리를 고리 삼아 탄핵 정국의 고삐를 당길 수 있다. 한 대표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과 가깝게 닿아 있다는 말이다. 금정구 내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본 투표 당일 이를 의식해 투표장에 대거 몰려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이를 의식해 막판까지 정권 심판론에 고삐를 당기면서도 전략적으로 그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야권 관계자는 “보수 강세 지역인 금정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막판까지 선전하는 양상을 보여 온 만큼 이제는 그 속도를 조절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보수층이 본 투표 당일 투표장에 나가지 않도록 앞으로 메시지도 더욱 신중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