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교통카드 정산 사업자인 (주)마이비를 지배하는 최대 주주가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결제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결제액의 2%가량을 수수료로 챙기는데, 이 가운데 일정 금액을 배당 등을 통해 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로 넘기는 셈이다. 최근 부산시가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할 새 사업자 공모를 추진하자 마이비 측이 “향토 기업”이라고 주장하며 공모 철회를 요청한 일이 아전인수 격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부산시와 대중교통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교통카드 정산 사업자 마이비는 사실상 호주계 글로벌 투자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의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비의 지분 83.4%를 소유,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은 서울 본사의 ‘이동의즐거움’이다. 이 기업은 경기·인천 버스 정산 사업자다. 이동의즐거움 지분 100%를 소유한 곳이 바로 맥쿼리다. 마이비 지배구조 변화는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이뤄졌다. 실제 마이비는 2000년 부산 기업으로 출발한 게 맞다. 이후 롯데그룹과 MBK파트너스로 기업 지배권이 넘어갔고, 이후 맥쿼리가 롯데카드 자회사로 마이비 등 교통카드 기업을 보유한 로카모빌리티(현 이동의즐거움)를 4150억 원에 인수했다. 이때가 2023년 5월이었는데 사실상 이 시점을 기해 마이비는 본사만 부산에 뒀지 외국계 사모펀드의 지배를 받는 기업이 됐다.
이런 사실은 부산시가 내년 8월 교통카드 정산 사업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해 공모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시는 기존 사업자인 마이비(하나로카드)와의 협약기간(10년) 종료를 앞두고 정산 시스템 변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공모 여부를 판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 공모 추진 방침이 알려지자 마이비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시스템이 구축된 1997년 이후 27년간 사업을 맡아온 마이비는 언론에 호소문을 내고 ‘향토기업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마이비 측은 “30년 가까이 된 향토기업의 사업권을 서울 기업에게 넘기려고 한다”거나 “만료되는 부산시와의 협약은 투자에 관한 것일 뿐 사업권에 관한 것이 아니다”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교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의 완벽한 지배구조 하에 있는 마이비를 과연 우리가 지켜야 할 향토기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마이비는 시민들이 선후불형 교통카드를 사용해 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며 운수기관이나 업체들로부터 결제액의 2% 안팎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국내에서 터널 운용사 등으로 참여하며 고정적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받아온 맥쿼리의 기존 사업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마이비는 부산시가 공모를 진행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경쟁 자체를 거부하는 마이비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지자체들은 민간 사업자 선정 시 사업 수행 능력이 있고, 시민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을 하는 사업자를 공모 경쟁을 통해 선정하는 추세다.
마이비 측은 2007년 부산하나로카드가 교통공사와 버스조합으로부터 170억 원에 사업권을 인수한 만큼 협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사업권은 마이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마이비 측이 주장하는 사업권 효력 등에 대해 법리 검토를 진행한 후 최종 공모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오랜 기간 한 업체가 사업을 운영해 온 만큼 공모를 통해 경쟁 구도로 가는 것이 시민 이익에 부합될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