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지속된 통화 긴축 기조에서 완화 시작을 알리는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라는 평가다. 금리 인하 조치는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뜩이나 불안한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일 우려가 있지만, 한은이 금융 안정 측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하를 단행한 것은 국내 경기·성장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 높은 금리와 물가에 억눌린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며 이번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3년여 만에 통화 긴축 기조를 전환하면서 장기간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는 촉매 역할을 할지 여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풀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시작된 긴축 기조는 유례없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이어지면서 소비·투자를 제약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만 떨어지더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5만 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1조 7000억 원가량 감소한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약 55만 원 줄어드는 셈이라 이런 여력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통상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간 기업의 설비 투자 촉진이 이어지고,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건설 투자도 수주·착공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차를 두고 증가할 수 있다고 한은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수 침체의 심각성에 비춰 금리 인하 결정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