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택을 구입한 사람 중 20~30대는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40~50대는 기존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한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전세금을 받아 집값을 충당하는 갭투자는 전반적으로 줄었다.
1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상 자금조달 방법’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매수자(계약일 기준)가 ‘부동산 처분 대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57.8%였다.
이 비율은 2022년 27.0%에서 지난해 55.5%로 대폭 늘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즉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이나 원하는 지역의 집으로 옮겨타겠다는 비율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 매수자가 자금의 출처와 조달 방법을 신고하는 서류다. 주택 금액이 6억원 이상이거나,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특히 그간 매수를 보류했던 40대 이상이 올해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적극 뛰어들면서 40대 주택 구매자의 65.4%는 부동산을 처분해 집 살 돈을 마련했다고 신고했다. 50대에서 이 비율은 57.0%, 30대는 51.8%였다.
‘부동산 처분 대금으로 자금을 마련했다’고 신고한 40∼50대 비율은 2022년 29.2%이었으나 지난해 58.6%, 올해 1∼8월 62.3%로 대폭 높아졌다.
주식·채권 매각대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신고한 비율도 늘었다. 2022년 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3%, 올해 1∼8월 13.8%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 주식·채권을 팔아 집을 산 비율은 30대가 17.0%로 가장 높았다. 20대(16.4%), 40대(13.7%), 50대(11.4%)가 뒤를 이었다.
주식을 팔아 집을 산 20∼30대는 2022년 5.9%에서 2년 새 17.0%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40∼50대 역시 이 비율이 3.4%에서 12.9%로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영끌 매수에 나선 30∼40대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인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세대인데, 투자처가 최종적으로는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상속을 통한 20∼30대의 주택 구입도 늘었다. 올해 1∼8월 주택 매입자금 출처를 ‘증여·상속’으로 신고한 20∼30대 비율은 22.7%로, 지난해(17.8%)보다 4.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갭투자 비율은 낮아졌다. 자금조달계획서상 임대보증금을 승계해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올해 1∼8월 36.8%다. 2022년 44.6%보다 많이 하락했다.
자금 출처가 금융기관 대출액이라고 신고한 주택 매입자는 지난해 44.1%에서 올해 1∼8월 68.7%로 증가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