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면서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자원봉사대회 참석에 앞서 범어사를 찾아 방장 정여스님과 주지 정오스님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방장 정여스님은 “인생을 살다 보면 가슴에 남는 것들이 있고 스스로를 흔드는 경우가 있는데, 바깥에서 흔드는 것보다도 내 스스로가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라며 “우리 마음속 상처를 너무 간직하면 병이 된다며, 적당히 비우며 새로운 것을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진작 왔어야 하는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주지 정오스님은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말씀과 힘들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대통령이 되신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셨다”면서 ‘무구무애(無垢無碍)’라고 적힌 족자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무구무애는 '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범어사에서 주신 많은 가르침에 힘입어 이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었다”고 답했다.
방장 정여스님은 “동산스님의 가르침 중에 ‘감인대(堪忍待)’ 즉,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가르침이 있다”며 “‘일인장락(一忍長樂, 한 번 참으면 오랫동안 웃는다)’이라는 말처럼 직무를 하시는 동안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보며 지혜롭게 극복하시라”는 말과 함께 ‘감인대(堪忍待)’가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범어사 스님들의 덕담에 답하는 형식이었지만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제기 등으로 복잡한 심경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대통령실 측은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은 4대 개혁에 대한 변함없는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 중 하나로 불리며, 의상대사, 원효대사, 만해 한용운 등 많은 고승대덕(덕이 높은 스님)을 길러낸 한국의 명찰이다. 6·25 전쟁 당시 야전병원의 역할을 하며 호국에 앞장서, 2023년 통도사와 함께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의 범어사 방문은 이승만 대통령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