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대통령실이 외부의 압박과는 별개로 자체적인 해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할 자체 안을 고민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힘겨루기와는 별개로 이 사안을 더이상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우선 어떤 형식으로든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김 여사가 위법 행위를 했느냐 여부를 떠나 최근 벌어진 ‘명태균 사태’ ‘명품가방 수수’ 등의 사안으로 국민적인 물의를 야기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형식을 놓고는 직접 사과와 서면 사과를 놓고 어떤 방안 더 적절한지를 고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다음 달10일 임기 반환점을 전후해 기자회견을 하거나 방송사가 중계하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일련의 정국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힌 뒤 김 여사는 서면으로 사과하는 안이 거론된다.
내달 초 제2부속실이 설치되는 시점에 맞춰 김 여사의 사과가 이뤄질 수도 있다. 김 여사가 국내에서는 물론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포함한 외교 일정도 전면 중단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한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한 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양새로는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는 이같은 자체해법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사과 표명이나 대외활동 중단은 사안이 처음 발생했을 때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달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이번에도 참석치 않을 경우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시정연설은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본회의에 직접 나와 여야 의원들에게 예산안 통과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시정연설은 매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윤 대통령도 취임 후 2023년도,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5일 “시정연설은 국회 상황도 봐야 하니 두고 봐야 한다.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앞두고 고심하는 것은 거칠어진 야당의 공세 때문으로 보인다.
야권이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의 내용을 포함한 특별검사법안을 다시 추진하고, 심지어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나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에 대해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곤욕을 치르고 오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지 않을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를 대독할 것으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