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모든 이슈를 흡수한 블랙홀 국감 속에서도 부산 의원들은 국감장 곳곳에서 ‘색깔’을 드러냈다. 초선부터 중진까지 개개인이 택한 국감 전략에 따라 의정활동 지향점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주 2024년 국회 국정감사가 모두 종료된다. 이번 국감은 명태균 씨 폭로를 기폭제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이슈 블랙홀 역할을 했다. 민생과 기관 문제보다는 꼬리를 무는 김 여사 의혹에 시선이 쏠리면서 ‘맹탕 국감’이란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부산 의원들은 각각 다른 방식의 의정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곽규택(서동)·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은 대야 저격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야당의 대정부 공세 속 법사위 일선에 선 이들이 지상전보단 공중전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정권 리스크 방어에 힘을 실었다. 야당 위원들의 공세에 맞서며 역으로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전투력도 보였다. 곽 의원의 경우 부산 핵심 사안이기도 한 ‘해사전문법원’ 설립에 대한 대법원의 기류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재선의 같은 당 이성권(사하갑) 의원은 ‘균형발전’ 어젠다에 주력했다. 이 의원은 국감 기간 중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과의 ‘지역균형발전 헌법 개정 촉구 선언’을 이끌었다. 여기에 이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한 민주당의 모순적 행태를 짚고, 물밑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통과 기류를 형성하는 등 부산시 현안 ‘백업’에도 힘을 썼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북을) 의원은 자료 근거를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를 좇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제주 단독주택 임대 사실을 토대로 탈세 조사를 압박하고,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올리는 BJ들의 ‘엑셀 방송’ 문제를 꼽으며 과세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부산 중진 의원들은 무게감을 앞세워 일제히 ‘부산 핵심 현안’에 추진력을 붙였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4선의 김도읍(강서) 의원은 박상우 국토부장관을 상대로 가덕신공항 유찰 문제를 강조하며, 국토부로부터 ‘적기 개항’ 약속을 거듭 끌어냈다. 3선의 김희정(연제) 의원 역시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은 물론 김해공항 CIQ 필요 인력이 부족한 점을 짚으며 중앙부처의 엇박자 행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이헌승(부산진을·4선) 의원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을 상대로 차질 없는 산은 부산 이전 밑작업과 통합 LCC 부산 유치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교육위원회에 나란히 배치된 초선 3인(김대식·서지영·정성국 의원)은 ‘전문성’에 초점을 뒀다. 이들은 교육환경 개선 문제, 조국 일가 웅동학원 미환원 문제, 서울시교육감 의혹 제기 등 교육 분야와 함께 야당 압박에도 집중했다. 김대식(사상) 의원은 특히 민주당 김준혁 의원과 26년간 굳어졌던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교육 전문성을 드러냈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의 한 의원은 국감 기간 내내 잠깐 이슈가 됐던 한 가지 소재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어책 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의원도 더러 보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여사 의혹을 중심으로 한 정쟁 정국에 국감 주목도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유권자 입장에선 국감이 ‘표 값’을 하는지의 기준이 되는 만큼, 국감 이후 의정활동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