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K팝처럼 부산의 정체성이 담긴 B푸드(부산 음식)가 탄생했다. 새로 공개된 B푸드에는 ‘부산의 환대’라는 주제가 담겼다.
29일 오후 부산 영도구 라발스호텔에서 부산시 주최로 ‘2024 B푸드 레시피 부산의 환대 공개 시식회’가 열렸다. 지난해에 처음 B푸드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도 부산 맛 전문가와 셰프를 중심으로 개발한 B푸드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밀면, 돼지국밥에 한정되는 점이 아쉬워, B푸드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부산시가 내놓은 해법이다. 맛 칼럼니스트인 부산로컬푸드랩 박상현 이사장이 총괄 디렉터를 맡아 ‘소공간’ 박기섭 오너 셰프, 대동대 외식&디저트창업과 정지용 학과장, 김정희 파티시에, 부산로컬푸드랩 김은하 교육담당이사가 B푸드 레시피 개발에 참여했다.
올해 주제는 ‘부산의 환대’로 부산의 포용성을 B푸드에 담았다. 전통 한상 차림 방식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부산의 식재료를 활용했다. 전채 개념으로 먼저 나온 맞이상은 한라봉 청귤 드레싱과 로메인 샐러드, 부산 달걀 찻잔찜으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일제 강점기 부산을 통해 전국으로 퍼진 경양식에 항상 딸려나오던 샐러드를 재해석했고, 달걀찜에는 해산물을 넣어 부산 바다 내음을 담았다.
메인 요리는 밥과 찬 등 8가지 종류로 구성된 반상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 B푸드 전반에 부산시농업기술센터가 부산 특화품종으로 개발한 쌀 황금예찬을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 이사장은 “황금예찬 쌀, 기장 쪽파, 기장 멸치 육수, 금태(옥돔)를 활용한 ‘부산 솥밥’에 부산을 담아냈다”면서 “영도 조내기 고구마와 황금예찬 쌀을 활용한 ‘고구마 맛탕을 곁들인 타락 스프’는 조선시대 왕만 맛볼 수 있었던 우유로 만든 타락죽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B푸드”라고 설명했다.
찬으로 나온 ‘마른홍합과 죽순볶음’은 부산항을 통해 전국으로 퍼진 홍합 이야기를 담았다. 원래 지중해에 자생하던 홍합이 대형 상선을 통해 부산항에 유입돼 탁월한 번식력으로 한국 바다에 자리 잡았다.
반상 중 ‘보김치’는 별미 중 별미였다. ‘보김치’는 절인 배추와 무에 낙지 전복 등 각종 해산물, 배 밤 등 과실류를 함께 버무려 만든 소를 넓은 배춧잎으로 싸서 익힌 김치를 말한다. 개성 보김치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한데 한국전쟁 피란민을 통해 부산에도 소개됐다. 젓갈의 쿰쿰한 맛 대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인 김치다.
마지막 다과상에는 4가지 디저트가 담겼다. 황금예찬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기장 흑미로 만든 흑미 츄러스, 조내기 고구마를 활용한 홍시 고구마 양갱, 가을 향기를 담은 가을 무스로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부산의 식재료를 활용해 부산의 맛과 멋을 잘 담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농부의작업실 함은경 농부의작업실 대표가 만든 그릇과 B푸드가 잘 어울려 호평이 이어졌다. 한편, 부산시는 개발한 B푸드 레시피 25가지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비짓부산’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