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 결심 배경을 놓고 당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난 뒤 회견 일정이 결정되면서 이번에도 ‘한동훈 패싱’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한동훈 대표는 “당은 대표가 중심”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 개최 일정은 전날 밤 갑자기 발표됐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개최 일정을 두고 늦은 시간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달 말 회견을 검토 중이었지만, 여론 악화에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결심 배경에는 추 원내대표가 결정적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조속한 기자회견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에서 이런저런 말이 있어서 제가 어제 대통령실에 다녀왔다”며 “가급적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 참모진도 같은 권유를 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이 고심하다 밤에 7일 대국민 담화 겸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추 원내대표의 전날 대통령 방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일정이 발표되기 전 대통령실에서 사전 연락을 받았는지에 대해 “언론에 보도될 즈음에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의 대통령 방문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 중심에는 추 원내대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엔 “만약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한동훈 패싱 논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추 원내대표를 불러 원내 문제를 상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이후 윤 대통령은 추 원내대표를 대통령실로 불러 당내 현안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당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빈손 회동’ 직후였다. 이번에도 전날 한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한 직후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를 만나며 한동훈 패싱 논란은 더욱 점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인위적 인적 쇄신은 안 하겠다고 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적 쇄신은 원래 인위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임기가)2년 반 남았는데 신뢰를 다시 받고 그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20년 이상 책임당원으로 활동한 1247명 중 36명을 당사로 초청해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당원을 끌어안으며 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