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해수욕장을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다지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가 송정해수욕장에서 열렸다. 걷기에 딱 좋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진행된 이날 챌린지는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달려온 2500여 명이 함께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이름난 서핑 명소 송정에는 이전과 다른 즐길 거리가 넘쳐났다.
지난 9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네 번째 무대가 열렸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BNK금융그룹과 부산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맨발걷기좋은도시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는 이날 송정을 마지막으로 올해 네 차례 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일광과 임랑, 송도해수욕장에서 계속될 나머지 세 차례 챌린지는 내년 봄에 다시 출발한다.
송정해수욕장 맨발걷기 챌린지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축하 행사에 이어 1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천 명이 모인 행사였지만 혼잡함은 없었다. 이전과 달리 송정에서는 오후 5시까지 4시간 안에 자율적으로 행사장에 도착해 맨발걷기를 하고 인증받는 방식으로 진행돼 여유로움이 넘쳤다.
입담꾼 김태녕 사회자가 진행한 축하 행사에서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 윤정이 무대에 올랐다. 김연자의 ‘아침의 나라에서’, 정수라의 ‘환희’ 등 여러 곡을 힘차고 시원한 목소리로 열창해 한껏 열기를 끌어올렸다. 몸풀기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코믹 댄스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일찍이 도착해 준비체조를 하며 무대를 즐긴 참가자들은 죽도공원 인근 백사장에서 출발, 구덕포 방면으로 약 1km를 맨발로 걸은 뒤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2km 코스를 완주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코스 중간쯤에 위치한 서핑 존을 지날 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의 멋진 유영을 감상하는 힐링 타임을 갖기도 했다. 평소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즐긴다는 권영교(58) 씨는 “송정은 모래가 부드럽고 서핑 등 일광에서 볼 수 없는 볼거리가 많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맨발걷기가 이어지는 동안 ‘맨발 동료’ 서핑족도 잠시 뒤로 물러나 어싱 행렬에 바닷길을 양보하는 동료 의식을 발휘했다. 주말마다 송정에서 서핑을 즐긴다는 전현진(31) 씨는 “서핑을 시작한 후로 건강도 좋아지고 삶의 활력도 생기고 있다”면서 “서핑도 결국 맨발로 하는 운동인 걸 생각해 보면, 바닷가 맨발걷기가 좋은 운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첫발을 뗀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단골 참가자도 늘어나고 있다. 해운대 편부터 송정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아내, 아들, 딸과 함께 참가한 대니 하임스(42) 씨는 “11월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낮 기온은 최고 22도까지 올라 포근했다.
송정 편에서도 푸짐한 경품 추첨으로 참가자들을 기쁘게 했다. 지역 봉사단체 회원들과 참석해 팬스타크루즈 대마도 왕복 승선권(2인용)에 당첨된 정영숙(57) 씨는 “다대포에 이어 두 번째 참가했는데, 이런 큰 행운이 찾아왔다”며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가지겠다”고 즐거워했다. 광안리에 이어 송정 챌린지에 동참했다는 김혜겸(53) 씨는 “아직 대마도에 가 보지 못했다”며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행사가 마무리된 이날 오후 5시 현장에서 진행된 반얀트리해운대부산 숙박권 공개 추첨에서는 행운의 주인공 8명이 탄생했다.
맨발걷기를 끝낸 참가자들이 마음을 졸이며 추첨 현장을 지켜봤다. 8명 중 유일하게 현장에 있던 김연경 씨가 당첨자로 호명되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와 박수로 축하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창원에서 함께 온 동료 김가희 씨와 소중한 추억을 쌓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운을 예상이라도 한 듯 “숙박권에 당첨되면 룸메이트는 무조건 우리 두 명”이라고 미리 약속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7명의 당첨자에겐 개별 연락을 통해 숙박권을 전달한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