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이 행정통합 모델로 제시한 ‘자치 2계층제’와 ‘자치 3계층제’는 각각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2계층제’는 현재의 부산시와 경남도가 사라지고 새로운 특별시도가 탄생하는 방식이다. ‘3계층제’는 부산과 경남을 아우르는 연방제 성격의 ‘준주’를 새롭게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대등한 통합 전제, 차이점은
‘2계층제’와 ‘3계층제’ 모두 부산시와 경남도의 대등한 통합을 전제로 한다. 또 각 시도의 기초자치단체는 지금처럼 유지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행정통합까지 성사된다고 가정했을 때 ‘2계층제’와 ‘3계층제’는 차이가 크다.
먼저 ‘2계층제’는 부산시와 경남도를 폐지하고 통합된 하나의 자치단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을 현행 방식대로 유지하고, 기초지자체 수와 권한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새로운 특별시나 특별도가 탄생한다면 행정 구조가 간소해지고 권한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조직이 하나가 되면서 사무 배분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또 새로운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
‘3계층제’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연방제 방식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그대로 두되 상위 자치단체인 ‘부산경남주’를 만들어 연방제의 주에 준하는 준주를 둔다. 준주의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은 주민 직선으로 구성한다. ‘2계층제’와 마찬가지로 광역의원의 선거구 획정은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3계층제’의 장점은 현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초광역 사무를 수행할 새로운 자치단체가 전문성을 가지고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준주가 탄생할 경우 지금보다 행정 계층구조가 복잡해져 행정이 비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행정통합이라는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통합 방식을 두고는 치열한 숙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통합 당위성 공감, 한계 극복해야
부산과 경남이 행정통합을 위해 실질적인 방식을 두고 논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통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지난 8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 출범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행정통합을 통해 수도권 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중앙 정치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지역의 힘으로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을 수도권 일극체제가 아닌 최소한 이극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통합하되 대한민국의 구조적 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지사도 “부울경이 주도하는 동남권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자치권을 지닌 통합지방정부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면서 “시도민 의사를 반영한 상향식 통합이 되어야 하고 완전한 자치권을 지닌 분권형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원칙을 재확인했다.
행정통합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도민 의견 수렴 절차를 총괄할 양시도 공론화위원장도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측 전호환 공동위원장(동명대 총장)은 “요즘은 국가의 경쟁력보다 도시 지역의 경쟁력이 살아나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을 리드하는 경제 수도, 제조 수도, 생산 수도를 목표로 행정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측 권순기 공동위원장(전 경상대 총장) 역시 “수도권 집중화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동남권이 통합하는 일이 굉장히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자치의 제대로 된 위상과 권한을 찾고 지원을 얻어냄으로써 대한민국을 이끄는 큰 두 개의 수레바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공론화위 출범으로 주사위가 던져졌지만, 갈 길은 멀다. 부산과 경남에 앞서 행정통합에 나선 대구·경북은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주민 반대와 입법 지연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통합에 대한 낮은 시도민 인식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부산·경남이 ‘상향식 통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내년에 실시할 시도민 대상 여론조사가 행정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론화위 활동이 중요해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