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승선원 27명이 탄 부산 선적 135금성호가 침몰해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사흘째 실종자 수색에 주력하는 한편, 금성호의 정확한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10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8일 오전 4시 31분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km 해상에서 부산 선적 129t급 대형 선망 어선 135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인근 어선의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인도네시아인 11명) 가운데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됐으나 이 중 한국인 2명은 숨졌다. 실종자 중 갑판장인 60대 한국인 선원이 사고 발생 40여 시간 만인 9일 오후 9시께 침몰한 선체 주변에서 발견됐다. 이어 10일 오후 5시께 해군 광양함의 원격조종수중로봇(ROV)으로 수중 수색하던 중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지만,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금성호 침몰사고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10명이 됐다.
금성호는 주로 고등어와 삼치 등을 잡는 대형 선망 어선으로, 지난 7일 오전 11시 49분 서귀포항에서 출항했다. 대형 선망은 본선 1척,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이 선단을 이뤄 조업하는데 침몰한 135금성호는 이 중 본선이다. 금성호는 완전히 침몰해 수심 80~90m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상태다.
해경은 평소보다 과도한 어획량과 날씨 등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선원들은 운반선에 1차로 어획물을 옮기고 나서 다음 운반선이 오기 전 순간적으로 배가 뒤집혀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해경 관계자는 “침몰 원인을 당장 확정할 수 없다. 추후 선체를 인양한 뒤 구조적 결함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성호 침몰 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은 사흘째 진행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실종자 10명을 찾기 위해 함선 50척과 항공기 9대를 동원해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의 ROV도 투입되고 있다. 심해잠수사 2명씩 5개조를 편성해 1팀당 50~60분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기상 상황이 변수다. 이날 낮 12시께 부산에서 수심 1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민간 잠수사 4명과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 바지선이 도착했지만, 기상 상황 악화로 잠수 작업은 하지 못했다. 기상 상황이 개선되는대로 제주의 민간 잠수사 8명과 부산의 민간 잠수사 4명 등 총 25명이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사고 해역 주변에는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고, 제주 남쪽 해상에는 풍랑특보가 발효 중으로 해경은 사고 해역 주변의 기상 상황을 지켜보며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책본부 측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내일 기상 상황을 보고 잠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사고 지점에 잠수사가 나가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성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영 책임자가 안전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상시 노동자가 5명이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만, 금성호 침몰 사고의 경우 사망자가 선원법을 적용받는 어민이어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변은샘·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