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의회 ‘위법 인사’ 소청위 결정문 보니…‘법령에 따르지 않은 임의 파견’

입력 : 2024-11-13 13:41:01 수정 : 2024-11-13 13: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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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위 “법령상 파견 요권 못 갖춰
7월 9일 파견발령 처분 취소한다”

경남도지방소청심사위원회 결정문. 독자 제공 경남도지방소청심사위원회 결정문. 독자 제공

“피소청인이 2024년 7월 9일 소청인에게 한 파견발령 처분을 취소한다.”

지난 4일 경남도지방소청심사위원회가 지방의회 인사권 갈등을 둘러싼 보복성 인사에 집행부로 강제 파견된 통영시의회 사무국 소속 공무원이 인사권자인 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파견발령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한 뒤 결정문에 명시한 ‘주문’이다.

13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결정문을 보면 소청위는 ‘소청인의 파견 발령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임이 확인되는바, 이 사건 심사청구는 이유 있다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사자 동의 없는 파견 발령 처분은 위법·부당하다는 소청 공무원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통영시가 지난 7월 9일과 10일 단행한 4·5급 16명, 6급 이하 245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다. 여기엔 시의회 사무국 5급 1명, 6급 2명, 7명 1명 집행부 파견근무도 포함됐는데, 이 중 소청인인 6급 A 씨를 포함한 2명은 이를 거부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제27조의5 제4항)은 ‘인사교류를 하는 경우 본인 동의나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사에 앞서 행정안전부 질의를 통해 위법 소지를 인지한 사무국은 배 의장에게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배도수 의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담당 팀장과 국장은 집행부에 보낼 공문 결재를 거부했다. 그러자 배 의장은 결재 계통을 무시한 채 직권으로 부동의자 2명을 포함한 사무국 직원 4명 파견을 통보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배 의장은 “임명권자를 달리하는 전·출입이 아니며, 협약에 의해 일정 기간 근무 후 복귀하기 때문에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장. 부산일보DB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장. 부산일보DB

하지만 소청위의 판단은 달랐다. 소청위는 ‘소속 공무원을 파견하기 위해선 파견받을 기관의 장이 파견을 미리 요청해야 하고, 지방공무원 임용령에서 정한 7가지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고 짚었다.

같은 법 제27조의2에 명시된 파견 조건은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자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업무 폭주 상태인 다른 지자체나 국가기관에 행정 지원을 하는 경우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특수업무를 공동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교육 훈련이나 교수 요원으로 선발된 경우 △국제기구나 외국 정부, 외국 연구기관에서 업무 수행 및 능력 개발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내 연구기관 국내 민간기관과 단체에서 지방정책 수립과 관련된 자료 수집 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다.

소청위는 ‘통영시와 시의회 간 공문을 살펴보면 파견이 특별히 필요한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데다, 소청인 업무도 일반 행정 업무로 파견 요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령상 파견 근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사발령은 법령에 따르지 않은 임의 파견이며, 실질적으로는 인사교류이므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7월 11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의회 사무국 직원 집행부 불법 파견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내 가족, 내 자식을 사지로 내쫓는 일은 인간사를 고사하고 짐승무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이런 만행이 지금 통영시의회에서 벌어졌다”며 “범법행위로 직원 인권 말살한 배도수 의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일보DB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7월 11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의회 사무국 직원 집행부 불법 파견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내 가족, 내 자식을 사지로 내쫓는 일은 인간사를 고사하고 짐승무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이런 만행이 지금 통영시의회에서 벌어졌다”며 “범법행위로 직원 인권 말살한 배도수 의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일보DB

배 의장의 파견 요청 공문 ‘직권 결재’에 대해서도 ‘업무 담당자가 공문을 기안하면 상급자 검토를 거쳐 전결 또는 결재하는 것이 보통의 처리 절차’라며 ‘최종결재권자가 직접 1인 기안 후 결재한 것은 통상적인 절차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경남도 사무전결 처리규칙상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결재권자가 직접 기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위법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결정서를 접수한 시의회와 통영시는 A 씨를 사무국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소청인은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해 한 번 더 잘잘못을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피소청인은 현행법상 이의를 제기할 수단이 없다.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번 결정은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가 인사권을 확보한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불거진 인사 관련 갈등 사례 중 피인사권자의 손을 들어준 첫 판정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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