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디지털 블루푸드 허브’로 가자

입력 : 2024-11-20 16:01:22 수정 : 2024-11-20 16: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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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목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학장

김영목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학장 김영목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학장

최근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등의 이슈로 ‘식량안보’ ‘탄소 저감’ ‘물 부족’ 등을 포함한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21년도 통합식량안보 기준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에 따르면, 현재의 식량 위기 수준은 지난 5년간 최고치보다 약 25%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응해 유엔은 17가지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제시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식품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산물은 2021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술지인 ‘Nature’에서 기존 농축산물 중심의 식량원을 대체할 수 있는 ‘블루푸드(Blue Food)’로 언급되며 주목받고 있다. ‘블루푸드’는 수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의미하며, 자원의 다양성, 주요 단백질 공급원, 균형 잡힌 영양성으로 전 세계에서 주요 식품 공급원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그 가치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돼 왔다. 또 ‘블루푸드’는 다른 단백질 공급원인 축산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환경 부담이 덜하며,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담수가 적어 물 자원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더불어, 넓은 해양공간을 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산물은 부가가치가 낮고 환경변화에 민감하여 자원 수급의 어려움과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인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에 바이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로봇 등 4차 산업의 혁신 기술을 융·복합하는 ‘블루푸드테크(Blue Food-Tech)’로 발전하고 있다.

부산은 국내 수산식품산업의 중심지로 수산식품의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국내에서 절대적인 우위(생산량 1위, 종사자 1위, 업체 수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술적 수준에서는 최근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블루푸드테크’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는 더딘 실정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기반 산업인 수산식품산업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 혁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푸드테크’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블루푸드테크’는 ‘블루푸드(Blue Food)’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수산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기술(B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술이다. △세포배양 식품 △식물성 대체식품 △간편 식품(HMR, 밀키트) △케어푸드(메디푸드, 개인맞춤형 식품, 고령친화식품 등) △스마트 식품 제조(로봇·자동화) △디지털 식품 이력 추적 △디지털 수산식품 유통(온라인 플랫폼) 등이 있다 .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식품산업에 4차산업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산업은 한국이 선도해 나갈 글로벌 신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수산식품의 글로벌 이슈는 수산식품의 이력과 안전관리다. 미국의 경우 ‘식품안전 현대화법(FSMA: Food Safety Modernization Act)’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US FDA)은 2026년 1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농축수산식품 이력추적제도 의무화’를 시행한다. 이와 같은 국제규범 강화는 수산식품 교역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외에도, 불법·비보고·비규제(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국 수산물 및 수산식품 수입 거부’와 수산물에 대한 MSC(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와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 미국의 포유류보호규제인 MMPA(·해양포유류보호법·Marine Mammal Protection ACT) 2026년 수입규제 시행 등 수산식품에 대한 이력 추적 강화 및 의무화는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부산은 동북아 수산물류 무역기지로서 러시아, 중국, 일본과 미국, 유럽의 중계 무역·환적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부산으로 반입되는 수산식품에 대한 디지털 이력관리는 앞으로 수산식품에 대한 새로운 부가가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1대 국회에서 회기 종료로 아쉽게 폐기되었던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연초 여야 국회의원 18명 전원 공동으로 참여해 1호 법안으로 재발의되었다. 특별법은 ‘글로벌 허브도시 기반’과 ‘생활환경 조성’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글로벌 허브도시 기반은 글로벌 물류거점, 글로벌 금융거점, 디지털·첨단산업 거점 조성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부산이 가진 그리고 부산만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이 전통과 역사, 지역기반산업으로 성장해 온 수산식품산업이다. 이제는 그곳에 부산이 가진 잠재적인 첨단역량을 모두 집중해 ‘디지털 기반 블루푸드 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 부산에서 반출입되는 수산식품에 대한 디지털 이력관리와 국제거래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세계는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산식품 원료 확보를 위해 부산으로 모여들 것이 자명하다.

세계는 지금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글로벌 아젠다를 지향하고 있어 향후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누가 얼마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믿을 수 있는 원료를 확보하는가?’ 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산이 지향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글로벌 블루푸드 플랫폼 조성’으로 가장 먼저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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