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이광수 교수를 그동안 인도 역사학자로만 알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그것은 반쪽만 알고 나머지 반쪽은 모르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사진 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카메라는 칼이다: 한국 현대사진가 열둘의 작가론> 등을 낸 사진비평가이자 사진가였다. 그가 15년 동안 인도 사회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회적 이미지들을 모아 이번에 사진집을 냈다. 하지만 이 사진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도의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델리에서 찍었다고 해서 델리를 말하는 게 아니고, 힌두사원에서 찍었다고 해서 힌두교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따마스>는 태초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가 증거한 행위의 뿌리가 결국 악 그 자체라는 속성을 말하고자 한다. 인간은 도를 닦고 열심히 노력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또 노력하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 궁극의 해탈에 이르게 된단다. 이 책은 현생에 떨어져 따마스(악)로 뭉친 인간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다음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빛의 예술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화려한 색이 펼쳐지는데 왠지 어둡고 처연하면서도 신산한 맛이 난다. 본래 인생살이란 그런 것인가? 야심한 밤에 책을 펼쳐서 그런지 내가 사진을 보는데, 사진 속 인물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캡션도 붙어 있지 않고 철저하게 사진 언어로만 쓰였다. 첫 장 ‘태초의 바다’에서 시작해 마지막 장의 ‘따마스: 인간은 악이다' 사이의 열 개의 장 제목을 힌트로 해서 각자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옳고 그른 것도 없으며, 쉽고 어려운 것도 없다. 느낌은 오는데 뭐라고 표현하기가 막막해진다. 아무튼 그렇게 물 흐르듯이 사진이 흘러 인도의 속살과 인간 속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광수 지음/눈빛/240쪽/4만 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