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에 검찰 구형량보다 센 철퇴 내린 대법 판결

입력 : 2024-11-21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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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층 약탈하는 사기 범죄 경종 울려
보증금 회수·주거 불안 해소 대책 절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가해자 형사재판 1,2심 엄중처벌 판결 확정촉구 기자회견 열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가해자 형사재판 1,2심 엄중처벌 판결 확정촉구 기자회견 열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모 씨에게 징역 15년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 씨는 임차인들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2020∼2022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9개 건물에서 임대사업을 하면서 229명에게 전세보증금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22년 이후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대규모 전세사기범에 관한 대법원의 첫 유죄 확정판결이고, 경합범 가중까지 활용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 더 센 법정최고형 철퇴를 내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형이 너무 무겁고 부당하다”면서 1심 판결에 불복한 최 씨에 대해 “주된 책임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서민의 생명과 주거 등 삶 자체를 위협하는 악랄한 사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고, 목숨까지 앗아가고도 반성하지 않는 범죄를 국가가 방치하면 법치 사회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다른 전세사기 재판에도 주요 판례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민들의 전 재산을 강탈한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향후 양형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신혼부부와 사회 초년생 등 청년층이다.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 사례에서도 20~30대가 70%를 웃돌았다고 한다. 한푼 두푼 어렵게 모은 돈을 일순간에 날린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꽤 있다. 한창 미래를 꿈꿀 이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조차 없으면서 사기 행각을 벌였으니,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안타까운 점은 대법원 판결로 최고형이 확정됐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세입자들은 전 재산을 날리거나,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정부는 대법원의 최고형 확정판결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실시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지원책은 쏟아졌지만,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세사기는 잘못된 주택공급 정책, 허술한 등기제 탓에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는 피해자들이 조속히 보증금을 회수하고,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피해자 주거 안정 지원과 재산 보호는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벼랑에 몰린 피해자들이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도록 다양한 구제 정책이 하루빨리 실행되기를 촉구한다. 전세사기로 눈물을 흘리는 청춘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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