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을 두고 대통령실이 “대통령에게 무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19일 국회에서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일이다. 기자가 온 국민을 대신해 정당한 질문을 던진 것인데도 이를 무례함으로 받아들인 대통령실의 대응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언론의 질문과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런 구시대적 인식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무례요 모독이 아니고 무엇인가.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못 미쳤고 사과의 내용 역시 모호했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이날 〈부산일보〉 기자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사과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음직한 의문에 대해 해당 기자가 대신해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후 이 발언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 ‘돌직구 질문’ ‘사이다 질문’으로 세간의 큰 지지를 받았다. 회견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팩트를 다퉈야 하겠냐”는 식의 책임 회피로 일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실이 정당한 지적을 하는 언론에 대해 “무례하다”는 감정적 대응을 보인 것은 단순한 발언의 의미를 넘어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탈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그 본연의 사명으로 한다. 그 대상이 대통령이든 누구든 의혹 제기에 성역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실의 “무례” 운운은 그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특히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아 ‘고쳐야 한다’고까지 지적한 것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언론을 통제해 권력의 잘못을 덮고 국민의 눈과 귀까지 막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포기한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다. 비판 없이 치적만 홍보하는 공손한 언론만 있다면 그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언론을 권력의 동반자로 삼은 정권의 말로는 부패와 부정이다. 이번 대통령실의 반응은 기자회견을 직접 수행한 대통령 본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터이다. 대통령실이든 대통령이든 아직도 구시대적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 눈높이로부터 자신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민심과의 거리를 깨닫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나 통했던 이런 인식들은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무례를 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