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근 잇달아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정부의 정책 대출인 보금자리론이 다시금 재조명을 받고 있다.
20일 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금융공사가 전국에 대출한 보금자리론은 1615건, 3470억 원으로 지난 8월 대비 1401건, 3024억 원과 비교하면 200건 이상 증가했다. 지난 4월 1822건, 3803억 원을 대출한 이후 매월 1300~1500건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첫 증가세다. 부산 지역에서도 지난 9월 81건(199억 원)의 대출로 지난 2월 이후 처음 월 80건 이상의 대출을 기록했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접수를 시작한 보금자리론은 금리가 높고 기준이 까다로워 시장으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지난달 기준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3.95(10년)~4.25%(50년)다. 지난 4월과 7월 금리를 각각 0.15%포인트(P), 0.10%P 낮췄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들했다. 시중은행 최저 금리가 2% 후반대~3% 초반대까지인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대출 기준도 까다롭고 금리 이점도 없는 보금자리론은 ‘실패한 정책금융’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출시 이후 2~4월 3개월간 대출액은 5057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개월간 판매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이 총 43조 4000억 원이 완판됐는데, 특례보금자리론 월 평균 판매액(3조 6000억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4.16~5.86%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연 3.88~5.88%)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P 상승했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090~5.754%대에 이른다. 정부의 가계 대출 관리 방침으로 은행들은 금리를 잇따라 올렸고 이에 따라 보금자리론이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 속에 당분간 보금자리론이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의 금리가 연말까지 크게 떨어지기 어렵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규모 투자와 감세 공약은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시장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1400원대에 육박하는 높은 원달러 환율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산 지역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만 은행과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 지속될 경우 보금자리론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만기 조건 등을 잘 살펴본 뒤 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