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4·10 총선을 거쳐 출범한 22대 국회가 어느덧 연말을 맞았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여야 극한 정쟁은 지역의 모든 중점 사업을 집어삼켰다. 부산 핵심 현안들도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정치권에서 부산 현안들은 어디까지 논의되고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부산 발전을 이끌 핵심 과제의 추진 현황과 단계를 현안별로 집중 점검해본다.
‘부산 침례병원 공공화(정상화) 사업’은 지난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여야 표심 견인의 핵심 카드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한목소리로 침례병원 공공화를 내세웠다. 이 사업은 도심 속에서 십여 년간 폐쇄된 채 방치된 침례병원을 비수도권 최초의 보험자병원으로 전환·운영하는 것으로, 부산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의 성패는 이번 연말에 판가름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 안건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상정 시점이 오는 12월로 전망되면서다. 상정과 동시에 사업은 첫발을 뗀다. 다만 심화하는 의정 갈등과 연말 개각 등 막판 변수에 따른 기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시와 보건복지부 측은 12월 건정심 안건 상정을 위한 막바지 물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실무진 차원의 논의는 내달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복지부와 이달 말 막판 회의를 준비 중이다.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 안건의 상정은 내달 중순에서 말께로 전망된다. 건정심은 건강보험정책의 최고 의결 기구다. 건정심에서 안건이 통과(의결)되면 부산 침례병원은 비수도권 최초의 보험자병원 설립 절차에 돌입한다. 현재 해당 안건은 건정심 소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연말에 건정심 전체회의에 상정될 경우, 숙원 사업의 첫 시작이 이뤄지는 셈이다.
침례병원 공공화는 2017년 파산한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탈바꿈시켜 국가가 운영하는 지역 거점 병원을 설립함으로써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신속한 의료 공급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시는 침례병원 인근에 공공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보고 침례병원을 국가가 운영하는 보험자병원으로 바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부산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십수 년간 방치된 채 답을 못 찾고 있는 침례병원 문제에 국민의힘 백종원(부산 금정·재선)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뛰어들었다. 그간 백 의원 측은 200여 차례 이상 부처 관계자 등을 만나면서 사업에 동력을 붙여왔다. 그 성과가 올 연말 ‘건정심 상정’에 달린 것이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부산시와 몇 개의 남은 쟁점을 빨리 협의해 연내 건정심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시와 복지부는 침례병원의 아급성기(병의 급성기를 지난 시기) 특성 병원화 논의에 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아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 회복 등 지원 역할을 침례병원에 추가함으로써 수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적자 등을 이유로 침례병원 공공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복지부도 이 같은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사업 추진에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막판 변수도 적지 않다. 조 장관이 연말 상정을 강조하지만, 개각에 따른 여파 가능성도 남아 있다. 복지부장관 연말 교체설이 나오는데다, 답을 찾지 못한 의정 갈등 ‘불똥’도 배제할 수 없다. 연말 상정이 불발되고, 장관이 교체되면 ‘사업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안건 상정이 지연된 배경에는 의정 갈등이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은 ‘보고 안건’으로 상정된다. 건정심 전체회의 상정과 동시에 사업 추진 길이 열린다는 의미이다. 이에 부산시를 비롯한 부산 정치권도 막판 상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백종헌 의원은 “금정구민들의 숙원 사업인 침례병원 정상화 절차(건정심 상정)가 올해 안에 마무리 될 것”이라며 “건정심 통과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